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미국의 억만장자 칼 아이칸이 KT&G의 3대 주주로 부상하며 경영 참여를 전격 선언하고 나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케이먼 아일랜드 소재의 사모투자조합인 아이칸 파트너스 마스터 펀드는 경영참여 목적으로 KT&G 발행주식 1천70여만주를 장내 매수해 6.59%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3일 공시했다. 주식 매수 기간은 지난해 9월28일부터 올 1월9일까지로, 아이칸 파트너스 LP, 하이리버 리미티드 파트너십과 스틸 파트너스를 특수관계인 등으로 신고했다. 아이칸이 등기 임원으로 등재돼 있는 헤지펀드인 아이칸파트너스 마스터 펀드는 이로써 최대주주인 중소기업은행(15.84%.자사주 포함)과 프랭클린 뮤추얼 어드바이저(7.14%)에 이어 KT&G의 3대 주주로 떠올랐다. 아이칸은 그간 KT&G에 대해 직.간접적인 경영 간섭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이번 주식매집을 통해 경영간섭을 더욱 노골화하는 한편 경영권 다툼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KT&G의 외국인 지분율은 61.78%에 달하는 데 비해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는 중소기업은행는 자사주 지분(9.94%)을 제외하면 5.90%에 불과하는 등 경영진측 지분이 취약해 아이칸이 외국인 투자자들과 연대할 경우 의외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이칸파트너스 마스터 펀드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스틸파트너스의 요청에 따라 KT&G 주주총회에서 스틸파트너스측 이사후보에게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대량보유 목적을 밝혔다. 이에따라 증권업계에서는 아이칸측의 이번 대량보유 신고에 대해 제2의 SK사태로 전개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2003년 3월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주식을 대량 매입해 2대 주주로 올라선 뒤 장기간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아이칸은 지난해 말 대리인을 곽영균 KT&G 사장에게 보내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의 기업공개와 부동산 매각,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이칸은 미국 항공사인 TWA, 철강회사인 USX 등과 같은 거대 기업을 상대로 한 적대적 M&A로 유명해진 인물로, 최근에는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에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며 압박을 가하는 등 기업사냥꾼으로 악명이 높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기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