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보통은 그저 그런 말이 있나 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빈에 가보면 "아,정말!" 싶어진다. 어딜 가나 모차르트와 클림트 천지니까. 모차르트의 얼굴은 모차르트 초콜릿과 아마데우스 치즈 등 유명상품엔 물론 커피 잔과 접시,심지어 열쇠 구멍과 쓰레기통 뚜껑에도 새겨져 있다. 그런가 하면 카펫 스카프 쟁반 가방 등 생활·패션용품은 클림트의 작품들로 가득하다. "클림트가 누군데?"하는 사람도 "알록달록한 꽃들이 잔뜩 핀 벼랑 위에서 남녀가 꼭 껴안은 채 입맞추는 그림 있잖아"하면 간혹 "아∼ 그거" 한다. 클림트는 몰라도 '키스'는 널리 알려져 있는 까닭이다. '키스'는 실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복제화 중 하나라고도 한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1862~1918)는 에곤 쉴레와 함께 오스트리아 현대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다. 2003년 가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풍경화 한 점이 2900만달러에 경매된 사실은 그의 미술사적 위치를 전해준다. 가난한 금 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나 장식미술학교에서 공부한 영향일까. 그는 "각 세기마다 고유한 예술을,예술엔 자유를!"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건축 가구 생활용품 등 모든 면에 예술성을 불어넣는 '총체 예술'을 지향했다. 지나치게 에로틱하다는 비난에 시달렸지만 장식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작품들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나치 독일이 약탈한 뒤 오스트리아 정부가 소장해오던 클림트의 작품들이 법원의 판결로 원주인의 조카에게 반환되게 됐다는 소식이다. 반환작은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1' '사과나무' '해변의 숲' 등 5점.작품값만 150만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모차르트야 워낙 유명하니 그렇다 치고 빈에 갔다 오면 미술의 문외한도 클림트를 모르려야 모를 수 없게 된다. 세상 모든 건 인식해야 존재하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유럽 여행객이 늘면서 클림트의 '키스'가 유명해진 건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소송사건으로 세계의 매스컴을 타는 클림트를 보면서 빈의 문화마케팅이 다시 한번 생각났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