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INI스틸이 연산 96만평 규모의 일관제철소 부지를 산업단지로 지정받고 호주 BHP빌리튼과 제철원료 계약을 맺은 것은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두 가지 중요한 난관을 해결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일각에서 반신반의하던 일관제철소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현대INI스틸은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운 만큼 일관제철소 건설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친환경적인 제철소를 건설해 환경오염을 줄이기로 했으며 쇳물로 만든 고급 철강재를 자동차와 조선산업 등에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국내에서 고급 철강재 공급을 독점해 왔던 포스코와의 경쟁도 불가피하게 된다. ◆연내 착공해 오는 2011년 완공 현대INI스틸은 2011년 일관제철소가 완공되면 슬래브 열연강판(핫코일) 등 고급재를 생산하게 된다. 현재 연산 3000만t의 쇳물을 만들어 고급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와 규모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고급재 시장의 양대축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자동차에 사용할 고급 강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포스코와 일본에서 열연강판을 대량으로 사다가 현대하이스코를 통해 자동차 강판으로 가공해 사용하는 지금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당장 2008년부터 차세대 차량인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할 방침이어서 고급 자동차 강판이 절박한 실정이다. 자동차용 강판의 연구개발을 위한 종합 철강연구소를 일관제철소 부지 옆에 세우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룹 차원에서 오는 10월부터 박사급 연구진 300여명을 이 연구소에 유치해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현대INI스틸 관계자는 "자동차뿐 아니라 조선 등 국내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고급재를 본격 생산하면 연간 4조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까지 생겨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친환경 제철소 건설 현대INI스틸은 일관제철소 인근 지역에서 제기하는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선진 업체에서 이미 검증된 최적의 환경기술을 적용키로 했다. 원천적으로 오염물질의 배출을 최소화하고 발생된 오염물질은 최적의 관리시스템으로 제거키로 했다. 현대INI스틸 관계자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존 공장에 환경설비를 설치해 대응하는 사후적 개념이 아니라 설계단계에서부터 최신의 친환경 설비와 환경오염 방지 기기들을 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INI스틸이 채택할 예정인 대표적 환경설비는 소결공정의 배출물최소화소결법(EOS)과 활성탄흡착 설비,코크스공정의 코크스가스청정 설비와 고로의 슬래그훈연응축 설비 등이다. 이들 설비는 선진국에서 효율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 외에도 전로와 연주공정에 가스청정 설비와 전기집진기를 설치해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고 수처리 설비와 폐수종말처리 설비,폐기물처리 설비 등을 마련해 자원순환형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돌파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직접 제철원료 조달에 나서 주목된다. 일관제철소 건설 계획을 안팎에 천명한 이후 양질의 원료를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일관제철소 성공의 선결요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설비 구매,인력 채용 등 일관제철소 건설과 관련된 다른 업무도 몸소 챙길 정도로 일관제철소 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현대INI스틸 관계자는 "정 회장이 철광석과 유연탄을 들여올 항만 건설현장에 한 달에 한 번 이상 들러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INI스틸은 일관제철소 건설로 얻을 수 있는 20만여명에 달하는 직·간접 고용창출 효과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또 수도권 일대의 제조업체에 가까운 거리에서 소재를 공급하게 돼 국가적 차원의 물류 부담도 완화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