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 전당대회를 겨냥한 열린우리당의 당권경쟁이 새해 벽두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당의 실질적 `대주주' 격인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 두 전장관이 내각의 틀에서 벗어나기가 무섭게 당 복귀를 선언하고 곧장 당권레이스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코 나눠가질 수 없는 당의장 자리를 놓고 양대 계파의 보스가 전면에 등장, 이렇다할 `예열기간'도 없이 정면 대결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올해가 두 전장관이 지난 96년 15대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이 이번 당권경쟁에 쏠리는 관심도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두 사람간의 경쟁은 `준비된 결전'인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양측 진영은 지난달말부터 비공개 선거캠프를 본격 가동하면서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당 복귀 수순을 착착 밟아나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불꽃튀는 접전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먼저 치고 나온 쪽은 김근태 전 장관. 2일 오전 과천에서 복지부 이임식을 끝으로 장관생활을 마무리하는 김 전장관은 이날 오후 여의도로 건너와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당 복귀의 공식 선언인 동시에 사실상 전대 출마선언의 의미를 갖는 다는게 당 주위의 분석이다. 3일 오전에는 부산.경남지역으로 내려간다. 이미 전대 캐치프레이즈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서민.중산층 지원정당이라는 개혁정체성과 `당의 초심' 회복이 골자다. 동반성장을 통한 사회양극화 해소라는 정책 슬로건도 함께 제시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개혁노선을 강조함으로써 전대경쟁 구도를 `개혁 대 실용' 구도로 잡아가려는 전략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비해 구랍 31일 통일부 종무식을 끝으로 내각에서 나온 정 전장관은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가려는 행보를 보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정 전장관은 이날부터 2박3일간 전남의 한 산사에 머물며 향후 행보에 대한 구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사회 원로급 인사들도 만나 당의 위기탈출에 대한 조언도 들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당 복귀 및 전대 출마선언은 금주 중반을 넘겨 5∼6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전장관과 가까운 우리당의 한 인사는 "우리당의 잘못된 점이 무엇이고 위기타개의 해법이 무엇인지를 놓고 당분간 조용히 구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장관이 내세울 전대 콘셉트는 결국 `구상' 결과에 달려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두 사람이 이처럼 초반부터 정면승부를 펼치는 양상이지만 당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양자 회동'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모색되고 있어 주목된다. 위기에 놓인 당을 살려내려면 진검승부도 중요하지만 당의 중요한 자산인 두 사람이 큰 목표를 위해 서로 합심하는 모습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논리에서다. 일각에서는 6일 회동설이 나온다. 양대 계파간 힘겨루기가 가속화되면서 친노직계 그룹이나 40대 재선그룹 등 군소세력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전대가 두 사람간의 경쟁구도로 가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서는 안되고 당이 제2의 도약을 하는 전기가 돼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입지확대를 노린 전략적 측면도 강해 보인다. 친노직계 그룹인 의정연구센터를 배경으로 한 김혁규(金爀珪) 의원, 40대 재선그룹의 대표선수격인 김영춘(金榮春) 임종석(任鍾晳)의원, 당내 개혁당파 그룹과 느슨한 연결고리를 맺고 있는 김두관(金斗官) 대통령 정무특보 등이 전대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