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선 < 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이사 jason@hi.co.kr > 최근 일요일 저녁 때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이 생겼다. 한 가지 질병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고 예방법과 도움이 되는 음식 등을 소개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그 중 가장 재미있는 코너는 단연 건강 신호등이다. 출연자들이 직접 검진을 받고,그 결과를 심판대에 서서 청색 황색 적색신호로 판정을 받는 데 그들의 표정은 늘 긴장되고 진지한 모습이다. 몇 주 전엔 평소 건강해 보이던 한 연예인이 적신호를 받았다. 모든 출연진이 크게 놀랐다. 다른 출연자들이 위로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비춰졌고 당사자는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분명 부정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본인이 적신호임을 안다는 것이 주는 긍정적 측면도 크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적신호임을 인식하는 순간이 치유와 회복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벌써 8년이 지나 이제는 박제된 과거같이 되어 버린,그러나 아직도 우리사회가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IMF.그것은 분명 적신호였다. 일부 전문가들이 몇 달 전부터 최소한 황신호로 경고를 주기도 했었지만 당시 우리는 애써 청신호로 믿고 싶어했다. 그랬기에 더욱 큰 고통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금 모으기 운동은 분명 우리가 IMF를 극복해 낼 수 있었던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준 단초였다. 전 국민이 하나되어 보여준 그런 계기가 있었기에 전후 성장 일로의 경제사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고통을 감수하면서 사회 구조 개혁 작업을 잘 이뤄낸 것이 아닐까. 만약 우리가 불거진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미봉책으로 일관했었다면 더 깊은 나락으로 빠졌을 수도 있었지만,우린 참 잘 해냈다. 지나온 시간을 통해 세 가지 교훈을 얻는다. 첫째 정확한 현상 인식이 미래모습을 좌우한다는 것,둘째 위기의식을 피부로 공유할 때 진정 참여와 혁신이 시작된다는 것,셋째 병은 증상치료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체질개선을 할 때 비로소 완치된다는 것이다. '흥진비래'(興盡悲來)와 '고진감래'(苦盡甘來). 나란히 쓰였을 때 세상사의 이치를 한 눈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오늘. 지금의 모습을 쓰다고 해야할까 달다고 해야할까? 한 해의 시작을 보통 장밋빛으로 칠해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만,올해는 우리의 현재 모습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시작했으면 한다. 연구기관의 경제전망에 따르면 2006년에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5%대의 경제성장을 달성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 모두가 현상을 제대로 보고 힘찬 시동을 걸 때 우리사회의 신호등은 파랗게 환해질 것이라 믿는다. 2006년 한국경제의 청신호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