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의 독립적 국가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는 2001년 11월 출범 이래 4년 동안 일반적으로 국가기관의 결정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각종 결정과 권고를 내놔 심심치 않게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한국 사회가 처음 경험해 본 국가기관으로서 인권위의 이런 파격적인 공식 입장은 한국사회의 인권 의식을 한 단계 높이고 폭넓고 다양한 가치관 수립을 했다는 평가와 함께 `무모하며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다음은 논란과 화제가 됐던 인권위의 대표적 결정ㆍ권고 10선. ▲`살색'은 평등권 침해 용어(2002.8.1) = 크레파스와 물감 등에서 특정색을 살색이라고 명명한 것은 우리와 다른 피부색을 지닌 인종에 대한 평등권 침해가 될 수 있다며 기술표준원에 한국산업규격(KS)을 개정토록 권고해 관심을 끌었다. 2005년 5월 기술표준원은 살색 대신 살구색이란 용어를 쓰기로 결정했다. 인권위 출범 초기에 내린 이 `색다른' 권고는 국민에게 인권위가 `유명세'를 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고용허가제 도입(2003.2.10) = 국무총리에게 고용허가제 도입 등으로 외국인노동자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마련을 재권고하고 국회의장에게 관련 법률 제정을 권고했다. 정부는 권고를 수용, 다음해 8월17일부터 고용허가제가 본격 시행해 외국인 합법 취직의 길을 열었다. ▲전쟁반대 의견서 파문(2003.3.26) = 인권위가 미국의 대(對) 이라크전 반대 입장과 함께 정부와 국회에 파병안에 대한 신중한 판단을 권고하는 의견서를 제시해 파문이 일었다. 인권위는 긴급 전원위원회를 열고 "국가인권위는 유엔의 합법적 승인을 거치지 않은 채 시작된 전쟁에 반대하며 정부와 국회가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헌법에 명시된 반전ㆍ평화ㆍ인권 원칙을 준수해 신중히 판단할 것을 권고한다"는 의견서를 채택했다. 이는 진보적 시민단체의 환영을 받았지만 여야가 "국가기관으로서 부적절하다"며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강력히 비판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인권위는 바로 이런 일을 하라고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놔 시각차를 보였다. ▲ 네이스 핵심 영역 제외 (2003.5.12) =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핵심 3개 영역인 교무.학사, 보건, 진.입학 영역을 빼고 운영하라고 권고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를 전면 받아들여 NEIS 시행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국무총리실 정보화위원회는 그해 12월 핵심 영역 별도 시스템을 구축키로 결정했다. ▲ 국보법 폐지 (2004.8.24) = 국가기관으로 처음으로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를 권고했다. 권고 이후 각 분야에서 국보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고, 정치권에서도 `폐지' 혹은 `개정'을 논의중이어서 인권침해 부분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사형제 폐지(2005.4.6) = 국회에 사형제 폐지에 대해 의견을 표명했다. 이에 종교계와 시민사회계는 환영을 표했지만 법무부는 `인권위의 월권 행위'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유인태(열린우리당) 의원이 발의한 폐지법안은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 인권침해(2005.4.7) = 인권위는 교사가 초등학생의 일기장을 검사하는 관행은 아동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등 헌법에 보장된 아동인권을 침해한다며 교육부총리에게 개선의견을 표명했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일기검사를 못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고 글쓰기 능력을 해친다'며 현실성 없고 교육적 기능을 결여한 결정이라고 반박하며 논란이 빚어졌다. ▲공무원 채용시 신체제한 평등권 침해(2005.4.12) = 인권위는 경찰ㆍ소방ㆍ교정직 등 공무원 채용시 응시자격으로 키와 몸무게를 제한하는 것은 신체조건에 의한 차별행위라고 결정하고 경찰청장 등에게 개선을 권고했다. 경찰청은 이 권고를 받아들여 신체제한을 체력검정으로 대체하는 채용기준을 검토중이었지만 허준영 경찰청장은 "신체제한하는 게 인권침해라면 머리 나쁜 사람 거르는 필기시험도 인권침해냐"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비정규법안 정부안 제동(2005.4.14) = 인권위는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사실상 노동인권의 보호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기간제 근로자 사용의 사유를 제한하고 파견근로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이 유감을 표시한 것은 물론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잘 모르면 용감하다. 비전문가의 월권행위며 단세포적인 기준"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고 경총도 "노동시장 문제를 인권ㆍ정치적 기준으로 다루는 것은 잘못됐다"고 반론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를 크게 환영하면서 주장에 힘을 얻어 노사정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상황이 전개됐다. ▲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2005.12.26) =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부합하는 권리이므로 국회와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입법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국회에 계류중인 대체복무제를 인정하는 병역법 개정안에는 탄력을 미칠 것으로 보이나 국방부 등의 저항 역시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조성미 기자 hskang@yna.co.kr hellopl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