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포르노세(稅) 신설을 추진하고 있어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짙은 신음을 토하고 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의회에 상정된 2006년도 종합예산안에 포르노세 신설안이 막판에 추가돼 본격적인 심의를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노세는 우파 정당인 민족동맹(AN) 소속의 다니엘라 산탄체 의원(여)이 발의한 것. 세율은 소득의 25%로 정해져 있어 업계에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니다. 이탈리아 정부가 이례적으로 포르노세 신설을 추진하는 것은 예산 적자 규모를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데 주목적을 두고 있다. EU내에서 최대의 예산적자를 안고 있는 국가로, 정부 예산은 올해로 3년 연속 유럽연합(EU)이 정한 범위를 넘어설 것이 분명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탈리아 포르노산업의 규모는 연간 11억 유로. 포르노세가 부과되면 2억2천만 유로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어 정부측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새로 거둘 세금은 출산시 1천 유로의 장려금을 주고 보모를 두거나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는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소득 공제에 쓰겠다는 것이 정부측 방침. 이탈리아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정부의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다. 정부측은 포르노세가 신설되면 소비도 줄어들 것이라고 홍보하며 의회 통과를 낙관하고 있다. 실리와 명분을 모두 확보한 셈이다. 반면에 이탈리아 포르노업계는 벌써부터 너나 할 것 없이 '세금 폭탄'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 80년대에 국제적 스타인 치치올리나, 모아나 포치를 거느렸던 '디바 푸투라 포르노 공장'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섹스왕국'의 하나. 군소업체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당초에는 `하드코어' 성인 영화와 비디오, 잡지의 생산과 배급, 판매, 상영만 과세대상이었으나 공기주입형 인형, 바이브레이터(전기진동기) 등 '소프트코어' 상품들도 막판에 무더기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포르노산업은 매년 400편의 하드코어 성인 영화를 제작하고 있고 섹스숍은 전국적으로 2천500개에 달한다. 물론 독일이나 스페인에 비해 작다고는 하지만 외형은 매년 10%식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연구기관의 추산이다. '디바 푸투라 포르노 공장'의 최고경영자인 리카르도 스키치는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세금 차별은 부당하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파게티 포르노'의 간판 스타들도 항변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의 종마'로 불리는 로코 스프레디는 정부가 '섹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라며 길거리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올해 41세임에도 불구하고 출연작마다 성공이 보장돼 있는 스타. 현역에서는 반쯤 은퇴한 상태인 여배우 제시카 리초는 각종 성인 비디오와 잡지의 소비자 가격이 30-50% 정도 인상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녀는 리카르도 스키치에 못지 않은 성공한 '포르노 기업인'으로, 영화와 비디오, 잡지는 물론 위성방송 채널, 채팅, 란제리, 장난감, 광고, 섹스 세미나 등 다채로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해 일약 주목을 받고 있는 다니엘라 산탄체 의원은 포르노업계의 불만에 대해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불요불급한 제품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결코 도덕적 이유가 담긴 것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산탄체 의원은 소속 정당이 눈총을 받는데 대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연정 내부에서도 모두 동의한 것이며 프랑스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