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가 홍완기 회장(65)을 '미국인들이 배워야 할 근검절약하는 한국의 중소기업인'으로 소개한 바 있다. 홍진HJC의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미서부 지역 딜러는 수영장이 딸린 집에서 여러 대의 고급 승용차를 굴리며 돈을 펑펑 쓰는 반면 홍 회장은 누추한 집에서 휴가도 없이 일한다는 내용이었다. 홍 회장은 "지난 9월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내한해 취재했었다"며 "불어나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주제로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쓰는지에 초점을 맞췄는데 우리 회사는 번 돈을 끊임없이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고 직원들은 저축을 한다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랜 사업 파트너인 '헬멧 하우스'의 밥 밀러 사장이 예전에 내가 살던 죽전 아파트를 '자신이 자란 뉴욕 브루클린의 아파트보다 못한 곳'이라고 했다던데 그 친구 눈에는 그렇게 보였던 모양"이라며 "사실 돈을 쓸 줄 모르는 세대여서 사업 이외에는 돈을 잘 쓰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외지가 '본받을 만한 기업인'으로 소개할 만큼 사업에만 몰두해온 홍 회장에게도 그 역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1991년엔 폭우로 공장이 초토화되는 시련을 당했고 96년 1월에는 가장 아끼던 막내동생 홍을기 과장이 캐나다 록키산맥에서 헬멧 신제품 테스트를 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홍 회장은 그때마다 실의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사업에 몰두함으로써 역경을 넘겨 왔다. 홍 회장은 아이디어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헬멧과 관련한 특허 외에도 직접 개발해 특허를 획득한 '조립식 고가도로'로 97년 제네바 국제발명품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개보수가 필요한 부분만 떼어 내면 되는 이 고가도로는 건설비와 공기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회사 내에서도 신제품 상당수가 홍 회장의 머리에서 나와 연구소 인력들과 임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편 홍 회장은 지난 5월 효성기계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나서부터는 오토바이 사업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가 사장을 맡은 후 효성기계는 650㏄ 대형 엔진을 장착한 오토바이를 출시했고 지난달에는 일본 업체와 700㏄ 엔진 개발 및 납품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직접 오토바이를 즐겨 탔다는 홍 회장은 "올해는 효성기계가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며 "오토바이 사업과 헬멧 사업의 시너지 효과도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