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금융산업구조개선법의 개정을 놓고 분리대응안을 당론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논란이 돼온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7.2% 가운데 5%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만 정지시키고 처분은 강제하지 않는 반면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 25.64% 중 5% 초과 지분(持分)은 일정기간내에 매각 등을 통해 정리토록 한다는 것이다. 초과 지분을 모두 매각토록 강제하는 당초의 '일괄 해소안'에 비하면 그나마 진전된 것이지만 분리대응안도 올바른 해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삼성생명은 금산법에 5% 룰이 신설된 97년 이전에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했고,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 취득도 제재조항이 생긴 2000년 이전에 이뤄진 일이다. 초과지분을 강제매각토록 하는 것이 위헌소지를 안고 있는 이유다. 결국 이런 식으로 소급적용을 인정한다면 기업들은 법을 신뢰하고 준수하려는 생각을 더 이상 갖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이번 금산법 개정안은 정부에서조차 소급적용에 따른 위헌소지를 없애기 위해 5% 초과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견지에서 내놓은 것인데도, 야당도 아닌 여당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금산법의 5% 룰도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이다. 기업의 투자나 지배구조는 기업 스스로 선택할 일이지 정부가 법으로 이래라 저래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같은 규제가 기업의 경영권을 흔들고 외국인에 의한 인수합병(M&A)에 무방비(無防備) 상태로 내모는 등의 문제만 일으키고 있다. 정부가 기업의 소유지배구조를 재단하려는 것은 반기업정서를 부추기고 글로벌 경쟁시대에 기업역량을 위축시키는 일에 다름아니다. 여당은 이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