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 < 중앙대 상경학부 교수 > 현재 우리나라 통상이슈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스크린쿼터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미국과 관련된 모든 통상이슈는 스크린쿼터제로 귀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쿼터제에 대한 논의는 주관적인 주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크린쿼터제를 사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우선 스크린쿼터제가 우리 영화의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또 스크린쿼터제가 우리 고유문화의 주권을 사수하기 위한 제도가 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스크린쿼터제가 우리 영화산업의 생존을 보장하는 유일한 제도적 보호장치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우리 영화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우리영화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는 논리다. 이러한 주장들을 하나씩 점검해 보자.먼저 다양성을 제작편수로 재해석한다면 스크린쿼터제가 다양성을 보장하는 제도라고 볼 수 없다. 제작편수는 오히려 스크린쿼터제가 강화될수록 현저히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둘째,우리 고유문화 주권의 개념은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다. 중앙대 김영봉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조폭마누라'의 흥행성공은 우리 문화의 도약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화주권에 대한 논의는 쉽지 않다. 단 우리 영화가 전반적으로 흥행에 성공한다면 적어도 문화주권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므로 스크린쿼터제의 논의는 한국영화 흥행성 부분으로 귀결된다. 그러면 스크린쿼터제는 우리 영화 흥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필자가 참여한 최근 공동연구결과에 의하면 스크린쿼터제는 한국영화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영화 흥행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스크린쿼터제가 아니라 제작비와 스크린 수,그리고 평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즉 충분한 투자가 영화의 질을 높이게 되고 고품질영화가 좋은 평점을 받을 것이며 극장주들은 그러한 영화들을 장기간 상영하게 돼 흥행에 성공한다는 논리다. 특히, 제작비와 스크린 수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늘어남으로써 한ㆍ미 투자협정(BIT)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이 우리나라 국민소득을 증가시키는 정책이라면 역설적이지만 오히려 영화산업을 위해서라도 스크린쿼터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한 논리가 된다. 이런 결과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최근 들어 한국영화산업이 도약한 배경에는 제작비 증대 및 멀티플렉스 상영관 등장과 같은 제반환경의 큰 개선이 있었다. 그 결과 경쟁력 부문에서 우리영화와 외국영화의 격차가 현저히 줄게 됐다. 예전에는 스크린쿼터제가 사전적 의미의 상영기회확보와 그로 인한 영화인들의 최소한의 소득보장확보 역할을 수행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영화산업의 발전으로 스크린쿼터제의 이러한 영향은 무의미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저예산영화는 투자불충분으로 완성된 영화를 만들기 어렵고 그에 따라 평점을 낮게 받고 마케팅 부족으로 상영기회도 불투명해 흥행에 성공할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모든 영화들이 이런 실정이라면 스크린쿼터제의 역할이 의미 있을 수 있지만 요즘 우리영화들은 경쟁력 있는 영화들이 1년에 10편 이상 상영되고 있고 그러한 영화들이 스크린쿼터제에서 제시한 날짜를 다 채워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대한민국의 스크린쿼터제는 상징적인 껍데기만 존재하고 실질적으로 우리 영화산업을 보호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현행 스크린쿼터제는 저예산영화인 문화영화나 인디영화에 의미없는 제도가 돼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크린쿼터제 사수를 주장하는 것이 과연 우리 영화산업을 위하는 일인가 반문해야 한다. 한국영화라는 정의도 점점 불분명해지고 불법복제와 불법유통이 횡행하는 요즘 우리나라 영화산업을 위해서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차분한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syl1347@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