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 건설된 세계 최장교(32km)인 왕복 6차선의 동하이(東海)대교를 차로 달린지 20여분. 중국이 아시아 최대 허브(Hub)항으로 육성하고 있는 대소산도가 모습을 드러냈다.몇 년 전만 해도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작은 섬이 이젠 아시아는 물론 세계가 주목하는 물류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상하이 동남쪽 70km에 위치한 대·소양산도를 매립해 건설되는 양산항에선 오는 29일 소양산항 1단계 터미널이 첫 배를 맞는다. 컨테이너 야적장에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30여대의 트레일러들이 동선에 따라 움직이며 시험운전을 하고 있었다. 한편에선 내년 말 개항하는 2단계 터미널 공사가 한창이다. ◆"양산으로 기항하라" 개장을 앞둔 1단계 터미널을 시작으로 양산항엔 2010년까지 30개 선석이 갖춰진다. 예상 화물처리량은 지난해 부산항의 처리실적(1140만TEU)보다 많은 1300만TEU.이어 2020년 이후 대양산도에도 20개 선석 규모의 터미널이 들어선다. 중국 항만당국의 '양산항에 물량 몰아주기'도 이미 시작됐다. 지난 4일 중국에 취항한 16개 선사들은 "28일부터 중국에 들어오는 아시아∼유럽 노선 선박은 기존 상하이항이 아닌 양산항으로 기항하라"는 상하이항무국 명의의 통지문을 받았다. 중국에선 선사들에 기항지 선택권이 없어 오는 29일부터 주당 16척의 유럽행 컨테이너선들이 양산항을 거치게 된다. 다음 달 초엔 양밍(대만),코스코(중국),한진해운(한국) 소속의 선박들이 잇따라 양산항에 기항할 예정이다. 해운사들은 소양산 2단계 터미널이 문을 여는 내년 말부터는 물동량이 최대인 아시아∼미주행 선박도 단계적으로 양산항으로 기항지를 옮기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광양과 부산으로 물류기지가 분산된 우리와 달리 물량 몰아주기로 양산항의 동북아 허브항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초대형선,환적화물 유치총력 중국은 양산항을 통해 북중국과 내륙에서 쏟아져 나오는 중국 내 물량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인근 국가 주요 항만의 환적화물을 대거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수심이 15m에 달해 1만TEU급 선박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때문에 양산항 개항으로 부산항을 비롯 동북아 지역의 주요 대형 항만들이 치열한 '대형선박' 유치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문정서 한진해운 상하이지점장은 "강에 자리잡은 기존의 상하이항은 매년 토사가 쌓여 대형선박이 드나들 수 없었다"면서 "양산항이 개장되면 대형선이 자연스럽게 몰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항의 매력은 인프라에만 그치지 않는다. 상하이항무국은 내년 초부터 소양산 1단계 터미널의 컨테이너 하역료를 상하이항보다 10% 낮추기로 했다. 양산항 개항으로 중장기적으로 가장 타격을 받게 될 곳은 우리나라의 부산항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중국 화물이 그동안 거쳐갔던 부산항 대신 양산항으로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인천 평택 등에서 출발하는 국내 환적화물도 부산항이 아닌 양산항으로 몰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상하이=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