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상반기 입법화하기로 한 자본시장통합법은 금융업과 금융상품 규제를 철폐,금융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증권 선물 자산운용 신탁 등 자본시장 관련 업종 간 벽을 허물어 초대형 투자은행(IB)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자본시장 관련 금융업을 종합적으로 운영하는 금융투자회사들이 예금과 보험을 제외한 모든 금융 상품을 팔고 투자자는 한 곳에서 금융 투자 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금융 투자 상품 규제도 풀어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담고 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 키운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은 현재 국내 금융관련법 체계로는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같은 대형 IB의 등장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증권 선물 자산운용 신탁 등의 겸영이 엄격하게 금지돼 있어 증권회사가 자산운용업을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회사를 설립해야만 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각 금융업을 옥죄고 있는 벽을 모두 헐어 하나의 법 체계(자본시장통합법)로 묶기로 했다. 증권업무와 선물거래 펀드운용 등을 모두 할 수 있는 대형 '금융투자회사' 설립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될 경우 신규로 진입하는 회사는 자신이 하고 싶은 업무를 골라 여러 가지 조합을 구성한 뒤 여기에 맞는 요건을 갖추면 된다. 기존 회사는 일정 유예기간이 지난 뒤 새로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 다른 금융업무를 새로 추가할 수 있다. 다만 상호는 각 회사의 사정에 따라 정할 수 있다. 예컨대 '증권투자회사'라는 명칭을 쓰면서 선물거래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상목 재경부 증권제도과장은 "금융업무를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자본금 기준을 높이거나 금융업무를 몇 가지 그룹으로 묶어 각각 자본금 기준을 정하는 방식 등 다양한 진입요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빅뱅' 온다 자본시장통합법은 제2금융권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불러올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소규모 자산운용사와 선물회사 등은 경쟁력을 잃게 된다"며 "제2금융권 회사 간 합종연횡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화의 바람은 금융회사의 대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증권사는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선물회사와 자산운용사 등을 하나로 묶을 가능성이 높고 신규로 진입하는 회사들도 소형 선물회사 등을 인수·합병해 덩치를 키우는 데 주력할 공산이 크다. 초대형 IB를 중심으로 한 제2금융권 '새판짜기'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자연재해 파생상품도 판다 금융상품의 범위를 정하는 방식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기로 했다. 취급할 수 없는 업무만을 법으로 규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인 셈이다. 유가증권의 경우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증권예탁증권 등 추상적인 명칭을 붙여 신종증권이 출현했을 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지금까진 국채 지방채 증권예탁증권 등으로 일일이 열거된 것만 허용됐다. 파생상품을 만드는 데 기초가 되는 자산도 다양화했다. 지금까지는 유가증권 통화 신용위험 등 몇 가지로 한정돼 있었다. 최 과장은 "자연재해 날씨 이산화탄소배출권 사회현상 등 모든 변수를 기초로 하는 금융투자상품이 허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접투자펀드의 정의도 '공동사업에 투자하고 타인의 노력에 따라 그 대가를 지급받는 계약'으로 두루뭉술하게 규정해 다양한 펀드가 법 테두리 안에 수용될 수 있도록 했다. 재경부는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도 한 회사에서 증권 선물 간접투자 등의 상품을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