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이 채권형 펀드에서 이탈해 주식형 펀드로 이동하면서 규모 3000억원 이상인 대형 주식형 펀드가 처음으로 채권형보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설정액 3000억원 이상인 대형 주식형 펀드는 이날 현재 17개로,동일한 기준의 채권형 펀드(15개)를 앞질렀다.


3000억원이 넘는 주식형 펀드는 지난 2003년까지만 해도 국내에 한 개도 없었지만,적립식펀드 붐이 일기 시작한 작년에 3개가 출현했고 지난 6월에는 7개로 늘어났다.


작년에는 24개에 달했지만 올 들어 금리상승(채권값 하락)에 따른 자금이탈로 대형 펀드가 9개 감소한 채권형과는 대조적이다.


개별 주식형 펀드로는 미래에셋투신의 미래에셋3억만들기좋은기업주식K-1(설정액 7422억원)과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주식1(7368억원)이 7000억원이 넘어 가장 크고,미래에셋자산의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형1(6160억원),마이다스에셋의 마이다스블루칩배당주식C(5587억원) 등도 5000억원을 넘고 있다.


전문가들은 펀드가 커질수록 운용의 안정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대형 주식형 펀드가 속출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강봉모 마이다스에셋 기획마케팅팀장은 "규모가 작고 투자자가 소수인 펀드일수록 환매 등에 의해 포트폴리오가 쉽게 변경되고 수익률도 들쭉날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형 펀드는 이런 위험 없이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대형 펀드에 무턱대고 가입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펀드 운용은 상대적으로 둔해져 시황변화에 대한 대응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승완 제로인 조사분석팀 과장은 "펀드가 대형화될수록 리서치 조직을 강화해 장기유망종목을 발굴하는 능력을 얼마나 배양하느냐에 따라 수익률 차별화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