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 들어 중산층은 서민이 됐고 서민은 빈민이 됐다." "제발 국민을 모독하지 말라." "열린우리당은 채워질 수 없는 깨진 항아리에 물을 붓고 있다." "오만한 정권으로 비쳐진다." 9일 열린우리당이 영등포 당사에서 개최한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집권여당을 향한 성난 민심의 목소리가 가감 없이 쏟아졌다. 열린우리당이 올 들어 두 차례 실시된 재·보궐선거에서 27전27패라는 치욕적 패배를 당하고,광주·전남지역에서조차 과거 노태우 정권 시절 민정당보다 낮은 지지율을 받게 된 까닭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드러난 자리였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과 비상집행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국민과의 대화에는 학계와 언론계 재계 시민단체 등에서 7명이 나와 100분간 주제발표 및 자유토론을 벌였다. 정 의장은 인사말에서 "열린우리당을 책임지는 장남이라는 자세로 회초리도 맞고 역할을 다하겠다"고 몸을 낮췄지만 토론 참석자들의 발언은 회초리라기보다는 차라리 '몽둥이'라 해야 할 정도로 가혹했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도대체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불명확하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정치는 정책으로 하는 것인데 과연 열린우리당의 정책상품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한나라당은 '청계천'이라는 상품과 '박정희식 경제개발'이라는 역사적 자산이 있는데 열린우리당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질타했다. 박태견 '프레시안' 논설주간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하면서 한나라당과 정책상 큰 차이가 없다고 했는데,이는 정책의 정체성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열린우리당은 채워질 수 없는 깨진 항아리에 물을 붓고 있다"며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국정 의제는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이어서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진우 목사는 "우리당을 보면 마치 한국 축구를 보는 것 같다"며 "문전처리가 미숙하다는 것인데,한 번 한다고 하면 돌파해서 한 골이라도 넣어달라는 게 국민들의 주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책혼선과 반(反)기업 정서를 꾸짖는 목소리도 높았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정·청 간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정책이 발표되니까 혼란스러워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다"며 "반기업 정서가 만연한 것도 당이 나서서 풀어줘야 할 문제"라고 주문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