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국가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수감됐다가 지난달 풀려난 로버트 김(64.한국명 김채곤)씨는 7일 오전 부모님의 유해가 안치된 전북 익산시 왕궁면 동봉리 영모묘원(永慕墓園)을 찾았다. 김씨는 이날 부인 장명희(61)씨와 동생인 국회 김성곤(53.열린우리당) 의원, 가족 20여명과 함께 이곳을 찾았으며 `로버트 김 사건'의 또 다른 주인공 백동일(57) 예비역 대령도 익산 방문길에 함께 했다. 또 이날 영모묘원에는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어 좁은 납골당 안에서 김씨의 행동 하나하나를 카메라에 담고 인터뷰를 시도하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로버트 김씨는 선친의 유해가 모셔진 영모묘원 내 납골당인 `대원전'에 들어서자마자 방명록에 부모를 기리는 심정을 써넣었다. 김씨는 "채곤이가 와서 이렇게 부모님을 불러봅니다. 그러나 대답이 없으시니 너무나 슬픕니다. 저의 불효를 용서해 주시옵고 편안히 쉬십시오. 불효자 채곤 올림"이라는 글을 남겨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납골당 안에서 간단한 분향을 한 로버트 김씨는 자리가 비좁자 곧바로 분향소로 옮겨 가족 합동 독경식을 치렀다. 김씨는 분향을 하며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손수건으로 눈 주위를 닦는 모습을 보였으며 제단 위에 마련된 아버지와 어머니 사진을 한번씩 어루만지며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씨는 "돌아가시기 전 면회를 오셔서 `장한 일을 했다'라고 위로해 주시던 아버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부모님을 이처럼 깨끗하고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는 익산에 모시게 돼 그나마 위안이 된다. 앞으로도 자주 올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김씨 일행은 분향을 마치고 익산시내 원광대 옆에 위치한 원불교중앙총부를 방문, 원불교 측이 준비한 점심 식사를 했다. 김씨는 "특별히 잘한 일도 없는 데 이렇게 후한 환영을 해줘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수감 기간 `세월'을 잃었지만 이처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민의 성원을 얻었으니 오랜 옥살이가 그다지 억울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부인 장명희씨와 함께 총부 내 정원을 거닐며 산책을 했으며 이어 이광정(李廣淨) 종법사를 만나 수감시절 원불교 측의 후원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씨는 이 자리에서 이 종법사에게 지난해 7월 출간한 자서전 `집으로 돌아오다'를 선물로 전했으며, 이 종법사는 김씨에게 원불교 법문이 담긴 책, 금일봉과 함께 오랜 옥살이로 지친 몸을 보신하라는 뜻에서 원불교 재단에서 만든 `경옥고'를 주며 답했다. ○…로버트 김씨는 이동할 때마다 항상 부인 장명희씨의 손을 꼭 잡아 남다른 부부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김씨는 부인을 가리키며 "이 사람이 무릎이 안 좋아 내가 손을 붙잡아 줘야 한다"고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지만 "나는 모든 의식주가 해결되는 감옥에서 지냈지만 이 사람은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내 옥바라지를 했기 때문에 열녀비라도 세워줘야 한다"며 부인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로버트 김씨 일행의 이날 마지막 일정인 원광대 숭산기념관에서 열린 `사은회'에는 원광대 관계자를 비롯해 채규정 익산시장, 한병도 국회의원, 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해 김씨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익산=연합뉴스) 홍인철.박성민 기자 ichong@yna.co.kr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