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김치에 이어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나옴에 따라 '김치 종주국'의 위상에 흠집이 불가피해졌다. 검사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은 이번에 발견된 기생충 알은 모두 인체에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 미성숙 알이라고 밝혔지만,해당 김치제품에 대한 불신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식약청은 지난달 일부 중국산 김치에 대한 '기생충 알' 검출 사실을 발표하면서는 인체에 유해할 우려가 있다며 통관보류 조치를 내렸었다. '유해'와 '무해'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식약청의 서툰 대처로 '김치 파동'을 지나치게 증폭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뭐가 얼마나 나왔나 정부는 김치류 제조업체로 신고된 855곳 중 지난달 20~28일 현재 휴업이나 폐업,생산을 중단한 업체를 제외한 502개 업체 제품을 모두 조사했다. 이 결과 한성식품 진천제1공장,내고향식품 영농조합법인,명동식품 대구 북구 등 16개 업체 제품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 이번에 나온 기생충 알(미성숙란)은 사람 회충란 4건,개·고양이 회충란 9건,기타 3건으로 나타났다. 완성 김치와 별도로 농산물 집하장에서 국산 배추 165포기를 걷어 검사한 결과 8포기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 현재까지 중국산 김치에서 발견된 기생충 알도 미성숙란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식약청 관계자는 "국내에서 인분으로 배추를 재배하는 곳은 거의 없는 만큼 돼지변을 퇴비로 사용하거나 개와 고양이 배설물이 채소에 묻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기생충 알 김치' 먹어도 괜찮나 식약청은 이번에 국산김치에서 발견된 기생충 알은 모두 인체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 미성숙알이라고 밝혔다. 이들 김치제품을 먹어도 기생충 알이 체내에서 성충으로 자라지 않고 그대로 배설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 식약청과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손운목 경산대 의대 교수는 "성숙하지 않은 기생충 알이 들어 있는 김치를 먹어도 감염될 확률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며 "감염 가능한 상태의 기생충 알(자충포장란)을 먹었더라도 감염될 확률은 낮으며 감염됐다 해도 구충제를 복용하면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희정 서울대 교수(수의학)도 "미성숙알은 안에 기생충 애벌레가 제대로 자라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 몸 안에서 부화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개나 고양이 회충 알은 사람 몸에서 부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다만 개나 고양이 기생충 유충이 사람 몸에 들어갔을 경우에는 신경계 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시판 중인 구충제로 대부분 없앨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대책과 업계 파장 정부는 김치 기생충 알 파동과 관련,생산 단계부터 소비단계까지 안전성을 확보할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농림부는 우선 배추 등 김치 식자재 재배지의 토양 및 수질 등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김치 제조업체에 대한 일제 정밀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식약청은 중소ㆍ영세업체에 원재료 관리부터 가공까지 매뉴얼을 제작해 나눠주기로 했다. 절임 공정 이후 흐르는 물에 3회 이상 의무 세척토록 하는 방안도 강구된다. 김치의 기생충 검사가 의무화되도록 자가품질검사 항목에 기생충 검사를 추가하기로 하고 위해 우려가 있는 식품에 대해선 검사명령제를 도입키로 했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식품공전과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기로 했다. 한편 기생충 알이 발견된 김치 제조업체 중 규모가 가장 큰 한성식품은 소비자들의 비난이 쇄도하자 홈페이지를 잠정 폐쇄했다. 식약청 발표 명단에 오른 업체들과 이름이 비슷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명동식품과 이름이 유사한 국내 최대 칼국수 체인 '명동 칼국수'가 소비자들의 항의 전화로 진땀을 뺐다. 또 한성식품과 이름이 비슷한 젓갈 제조업체 '한성기업'도 같은 이유로 봉변을 당했다. 김혜수·임도원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