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시작된 국정감사가 오늘 20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막을 내린다. 쌀 비준안 상정과 관련한 회의장 점거농성,피감기관과의 술자리 파문 등 여전히 구태(舊態)를 벗어나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과거와 같은 무책임한 폭로와 정쟁이 크게 줄고 정책감사를 위해 노력한 모습은 평가할 만하다. 특히 국민생활과 직결된 정책들의 잘못을 파헤친 점은 긍정적이다. 인터넷 민원서류 위ㆍ변조 가능성을 제기해 세계적 수준이라고 자랑하던 전자정부의 허실(虛實)을 들춰낸 것이나 '납 김치'등 중국산 먹거리의 위해성을 제기한 것 등은 정책국감의 좋은 사례로 꼽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바람직한 정책국감으로 자리 잡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나라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지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국정감사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특정 기업때리기에 치중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국감은 '삼성 국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삼성자동차 채권손실보전,에버랜드 편법증여 의혹 등과 관련해 삼성을 둘러싼 각종 이슈들을 국회의원들이 마치 경쟁을 벌이듯 쏟아냈다. 물론 정부의 기업 정책도 주요 국감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법과 원칙이 아니라 국민감정을 빌미로 특정 기업을 욕보이기 위한 식의 포퓰리즘적 행태의 국감은 결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해외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아 우리나라 국가경쟁력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국정감사제도의 실효성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법정 기한인 20일 동안 461개의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그것도 갈수록 다양화 전문화되는 정책이슈들을 모두 감사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국감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피감기관들이 그때만 '시정하겠습니다'며 두루뭉술 넘어가도 달리 제재할 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정부 정책에 대한 입법부 감사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현행 국정감사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감사 기간을 연장하거나,국감을 국정조사와 상임위 활성화로 대체해 연중 '상시(常時)국감'이 가능토록 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국감에서 지적된 문제들이 어떻게 처리됐는지를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사후조치와 점검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