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줄기세포가 실제 몸 속에서 뇌세포로 분화되는 과정이 재미 한국인 과학자에 의해 처음으로 규명됐다. 이에 따라 신경줄기세포로 죽은 뇌조직을 재생시키는 세포치료제의 인체 내 효능 및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퇴치 연구에 상당한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안소현(35ㆍ여) 박사는 신경줄기세포를 실험용 생쥐의 몸 속에서 관찰해 이들 줄기세포가 신경조직을 지탱하는 신경교(神經膠) 세포 등 다양한 뇌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안 박사가 제 1저자로 등재된 논문으로 세계적 과학전문지 `네이처' 6일자에 발표됐다. 신경줄기세포는 뇌 속에 있는 성체줄기세포로 `Shh'란 단백질의 신호를 받으면 뉴런 등으로 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경줄기세포의 이런 분화 메커니즘을 실제 몸 안 환경에서 규명한 경우가 없어 관련 연구자들의 숙제로 남아있었다. 안 박사팀은 실험용 생쥐 속의 신경줄기세포가 Shh의 신호에 반응할 때 특정 `리포터(Reporter)' 단백질을 발현시키도록 유전자 조작을 한 뒤 이 신경줄기세포의 분화 과정을 추적했다. 안 박사는 "이 결과 체내 신경줄기세포는 분화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휴식(resting) 단계에서도 Shh에 반응한다는 점을 알아냈다"며 "또 예전에는 이 줄기세포가 뉴런 외에 다른 뇌세포로 분화되는지가 불명확했는데 실제 이런 분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생체 내에서 검증해 그 성과가 컸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신경줄기세포 치료제 연구에선 이런 세포들이 실제 환자의 몸 속에서 어떻게 분화되고 또 어떤 뇌조직을 재생하는가를 확인하는 실험이 관건"이라며 "이번 연구결과는 이런 작업에 큰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안 박사팀은 이 관측법을 이용해 현재 개발 중인 각종 신경줄기세포 분화 촉진 물질들이 생명체의 몸 속에서 제대로 효능을 발휘하는지도 입증해 볼 계획이다. 안 박사는 서울대 화학과 출신으로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에서 박사학위(신경과학 전공)를 받은 뒤 뉴욕대 의대 박사후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지난달부터 국립보건원의 발생신경유전학 실험실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