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 나라살림을 짜면서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펴고 미래성장동력 확충, 양극화 해소에 힘쓰는 등 재정의 효율적 사용과 국가의 기본 기능 수행에 역점을 두었다. 이번 예산안은 특히 지난해 시작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라 오는 2009년까지의 중기적 틀 안에서 재원이 배분됐고 예산총액배분 자율편성(톱다운) 제도도 어느정도 정착돼 각 부처가 스스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게 된 점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최고점에 달하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성장동력 확충, 양극화 해소 기획예산처는 이번 예산안에서 참여정부의 재정정책은 성장동력 확충과 양극화 해소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빈곤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많은 재원을 투입하지만 미래 우리사회를 이끌어갈 경제성장에도 소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R&D) 분야에 올해보다 15.0% 증가한 9조원이 투입되며 복지부문은 10.8% 증가한 54조7천억원이 들어간다. 복지 부문에서 기초생활보장 부문만 보면 22.2% 증가한 5조4천억원이 된다. 기획예산처는 특히 각 분야에서 성장동력 확충과 양극화 해소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되면 집행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범위 내에서 사업예산을 최대한 반영했다. 사회복지분야에서는 사회적일자리 지원(2천909억원), 육아지원(9천361억원), 고용서비스선진화(3천739억원) 사업의 증가율이 높았고 산업.중소기업 분야는 중소기업기술 혁신개발(1천658억원), 중소기업 컨설팅(186억원), 산업단지혁신클러스터(463억원) 등이 많이 배정됐다. 또 교육분야는 지방대학 혁신역량강화(2천700억원), 농어촌 교육여건 개선(432억원), 학자금 지원(1천490억원) 등이 많이 확대된다. 정부는 국방개혁 지원과 사병 복무환경 개선도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보고 국방비 투자도 9.8%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비해 수송.교통분야는 민간자본 등 다양한 재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예산은 오히려 2.7% 감소했다. 그러나 공기업 투자 확대와 민간투자유치(BTL) 사업 활성화 등에 힘입어 공공 SOC 건설재원은 올해에 비해 10%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중소기업 분야는 기술개발이나 에너지 공급분야에 중점 지원하지만 전체 예산은 4.5% 증가에 그치며 금융지원은 중소기업 경영안정화를 위해 초기창업 및 혁신형 중소기업에 집중한다. ◆국가채무비율 2006년이 정점 내년 말 국가채무는 279조9천억원 수준으로 올해말의 248조1천억원에 비해 더 늘어나고 이후로도 절대액수는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내년 31.9%를 정점으로 2007년 31.7%, 2008년 31.1%, 2009년 30.0% 등으로 점차 낮아진다. 내년에 국가채무가 더 늘어나는 것은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발생한 공적자금 손실 49조원을 지난 2003년부터 내년까지 국채발행을 통해 보전하기로 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현 정부의 정책실패에서 기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03년에 13조원을 상환했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12조원씩 공적자금 손실이 국채로 메꿔진다. 기획예산처는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6.4%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고 국가채무 중 세금으로 상환해야하는 적자성 채무도 전체의 43.6%에 불과해 우리 재정능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내년 예산은 경기중립적 기획예산처의 내년 총수입 예상은 올해 전망대비 5.9% 증가한 235조6천억원이다. 이는 소주를 포함한 증류주 세율이 72%에서 90%로 오르고 LNG특소세율도 ㎏당 20원이 인상되며 한국전력, 기업은행 등 공기업 주식을 1조5천억원 어치 매각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럴 경우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0.3%인 2조2천억원 흑자가 되며 사회보험지출이나 공적자금 상환 등을 제외한 관리대상수지는 GDP의 1.3% 수준인 11조7천억원 적자가 된다. 관리대상수지의 적자폭이 늘면서 팽창예산을 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으나 기획예산처는 재정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는 일반적으로 통합재정수지를 참조한다면서 통합수지가 흑자를 유지하므로 경기에 비해 재정이 돈을 많이 쓰는 팽창예산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내년 경상성장률이 7.5% 수준으로 전망(실질은 5%)되는데 지출증가율이 6.5%에 머물기 때문에 이 지표로 봐도 오히려 긴축재정의 모양이지 팽창재정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통합재정수지가 GDP 1% 내외일 때는 경기중립적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