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정치적 도박이 대성공을 거뒀다. 고이즈미 총리가 이끄는 일본 집권 자민당은 11일 실시된 총선거(중의원 선거) 개표결과, 12일 새벽 현재 단독으로 절대안정의석(269석)을 크게 웃도는 292석을 확보, 30석 이상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명당 의석을 합할 경우 연립여당은 3분의 2(320석)을 넘는 322석 이상을 획득했다. 선거전을 `우정민영화 찬성, 반대' 또는 `개혁대 반개혁'의 단일 주제로 몰고간 고이즈미 총리의 선거전략이 압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NHK가 12일 오전 1시45분 집계한 정당별 의석수는 자민당이 공고 전 212석을 크게 뛰어넘은 292석, 제1야당인 민주당이 공고 전 177석에 훨씬 못미치는 113석, 공명당 30석, 공산당 9석, 사민당 6석, 우정민영화법안 반대파 중심의 신당 4석 및 반란파 무소속 13석, 순수무소속 및 기타 6석 등이다. 자민당이 단독으로 과반의석을 얻기는 1990년 이래 15년만이다. 특히 1996년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이후 실시된 선거에서는 처음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선거후 소집될 중의원 특별회의에서 총리로 재선출된 후 우정민영화법안을 다시 제출, 중.참의원에서 통과시킨 후 내각과 자민당 당직 인선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해산 명분인 우정민영화에 대한 의지를 재차 과시하면서 내각과 당직 인선을 법안 성립 이후로 미뤄 향후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다. 반대파가 `독재자'라고 부를 만큼 매사에 독선적인 정치스타일과 리더십이 한층 강화돼 문자 그대로 `대통령형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주위의 관측이다. 이번 압승을 계기로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여당내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연장론이 공론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고이즈미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말까지다. 본인은 임기연장론을 일축하고 있지만 임기만 채우고 물러나더라도 그는 내년 4월5일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의 1천806일을 넘어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에 이어 전후 3번째 장수총리가 된다. 또 예정대로 퇴임하더라도 `킹 메이커'로서 일본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선거결과가 '몰락'에 가까운 참패로 나타남에 따라 당의 존립기반까지 흔들리는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과반의석을 얻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는 퇴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카다 대표는 이날 밤 "정권교체에 실패하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 "선거결과가 판명된 시점에서 진퇴문제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본인도 낙선한 가와바타 다쓰오(川端達夫) 민주당 간사장은 각 언론사의 출구조사와 초반개표에서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자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해 사임의사를 내비쳤다. 이번 선거의 추정 투표율은 67.48%로 소선거구제 도입 이래 가장 높았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한 히라누마 다케오(平沼糾夫) 전 경제산업상은 "우정민영화법안이 총선거 명분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홋카이도(北海道)를 근거로 하는 지역정당 신당 `대지'를 창당해 비례대표로 출마한 스즈키 무네오(鈴木宗男) 전 자민당 의원은 수뢰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중임에도 무난히 당선했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신지홍 특파원 lhy@yna.co.kr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