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성 규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법학박사 > 최근 주택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부동산전문가들은 중형 아파트의 공급부족을 심심찮게 거론한다. 이런 지적은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증가에 따른 생활수준 향상과 넓은 평형에의 선호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동안의 단순한 '내집 마련'이라는 화두(話頭)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활수준 향상에 걸맞은 주거공간 확보로 주택소비자의 관심이 전환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맞는 주택소비자의 바람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만만치 않은 경제적 비용이 수반된다. 경제적 부담의 증가라는 현실적 장애물 앞에서 주택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라는 경제논리를 발코니 공간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로 인한 결과가 발코니 개조로 나타난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할지 모른다. 단순한 생활보조공간으로 머물러왔던 곳을 개조해 보다 넓은 평형의 주거공간으로 사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누군들 마다하겠는가. 주택 건설업계의 발표에 따르면 약 203만가구가 발코니 개조를 한 것으로 추정할 정도이니 보편화된 전국적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공간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장려돼야 할 사항임에도 불구하고,정책당국은 90년대부터 10년 넘게 발코니 공간의 개조행위를 불법 증축행위로 보아 단속해오고 있다. 발코니 개조가 구조안전상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재난발생시를 대비한 피난통로나 대피공간이 사라진다는 게 주된 이유다. 그동안 93년에 발코니에 창문(새시)설치 허용, 96년과 97년 안전성에 문제가 없을 경우 허용이라는 조건부 양성화 등 일시적인 완화 제스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발코니 개조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단속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입주민들과의 충돌이나 민원발생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발코니 개조의 허용여부는 오랫동안 끌어온 문제이니만큼 해법찾기가 쉬운 사항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입주자의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는 규제에 대해 정책당국이 그 타당성이나 적절성 여부를 고민한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앞선다. 그동안 건설관련 설계ㆍ시공기술의 발전이나 주택소비자의 생활양식 변화 등이 반영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책당국이 내세우는 단속근거는 현재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건만, 단속 일변도의 행정편의주의는 일방통행만을 고집하고 있어 여간 우려스러운 게 아니다. 상당수의 아파트 입주자들을 사실상 '잠재적 범법자'로 몰아가고 있는 듯한 양상이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의 입장대로 기존의 발코니 개조 가구를 모두 적발해 원상복구를 강제한다고 해도 예상되는 문제점은 첩첩산중이다. 기존 행정력의 물리적 한계와 적발 과정에서 입주자와의 상당한 마찰은 차치하고라도,원상복구로 인한 또 다른 자원낭비나 2중 시공에 따른 약 13조원의 엄청난 사회적 비용 발생 우려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이제 발코니 공간은 단순한 생활의 보조공간이 아니라 주거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정서적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구조안전의 확보문제는 현행 건축기술수준으로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데 반론이 없다. 그러므로 앞으로 안전기준의 마련과 절차를 확립해 발코니 개조에 대한 전향적인 허용여부의 필요성을 규제개선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모든 행정의 중심에는 수요자인 국민의 안전과 편의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소나기처럼 국민의 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정책당국의 열린 마음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