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사 의약 사업부문(BU) MD사업팀에서 수술용 봉합사 해외 기술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김동래 부장은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e메일을 받을 때마다 쓴웃음을 짓는다. 여자 부장임에도 불구하고 메일의 98%는 'Dear Mr. Kim'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거래처에서 기술관련 세미나 참석을 요청해 왔지만 이슬람 국가의 특성상 여성과 일을 할 수 없다며 대사관에서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김 부장은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11년 동안 몸 담아온 삼양그룹이 최근 능력있는 여성 신입사원을 대거 선발하는 한편 승진시 남녀 차별 없이 동일한 기회를 부여하는 등 남녀평등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창업 81년을 맞은 재계의 대표적인 보수기업 삼양그룹은 요즘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변신의 보폭을 점차 넓혀 가고 있다. 여성 인력 활용도 삼양그룹의 변화에서 빠지지 않는 특징 중 하나. 올해는 81년 만에 처음으로 신입사원 남녀 비율이 여성 60%,남성 40%로 역전됐다. 이는 '남녀 차별 없이 우수한 인력을 우선적으로 뽑으라'는 김윤 삼양사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 1일 김 회장은 신입사원의 밤 행사 인사말에서 "2005년 신입사원은 예년과 다르게 여성 인력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수한 여성 인력을 많이 채용해 비즈니스 현장에서 제 몫을 다하는 미래 인재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삼양사의 대졸 신입사원 여성 비율은 원래 10∼20%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지난 2003년부터 점차 증가해 올 상반기에는 60%까지 증가했다. 급여수준도 남자들은 군경력이 인정돼 3∼5% 정도 높았으나 2003년부터는 차등을 없앴다. 삼양사는 2002년 3월부터 낮은 가치의 업무에서 높은 가치의 업무로 직무가 이동하는 직무급 인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승진의 개념은 사라진 것.이에 따라 여성 인력도 각자 성과와 역량에 따라 가치가 높은 직무로의 이동이 가능하다. 특히 업무 배치에 있어서 과거 남성 위주 업무였던 영업,마케팅 등의 업무에 여성을 활용하는 일이 점차 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가장 곤란을 겪고 있는 건 출산과 육아문제.과거에는 출산을 하게 되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삼양사는 이 같은 관례를 꾸준히 개선해 최근에는 출산에 따른 퇴직이 감소했으며 출산 후 회사로 복귀하는 여성근무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노력으로 최근 삼양사 여성 비율이 1995년 7%에서 2005년 현재 약 20%까지 늘어났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