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송가에서는 9월 말 방영 예정인 SBS TV '프라하의 연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 3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남자주인공 최상현 역의 김주혁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프라하의 연인'은 '파리의 연인'의 김은숙 작가-신우철 PD 콤비가 만드는 작품. 김정은이 출연한다는 이유로 "제2의 '파리의 연인'이 될 것"이라는 섣부른 예단을 갖게 했던 SBS '루루공주'가 "비록 시청률은 높지만 철저히 상업성을 내세운 제작으로 드라마의 '하향평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어 실제 제작진이 만드는 차기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전도연과 김주혁. 김주혁은 '흐르는 강물처럼' 이후 처음으로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으로 지금껏 영화배우라는 타이틀을 쌓아올리는 데 주력해왔다. 영화계에서 그는 차근차근 믿음직한 배우로 성장해왔다. 그런데 최근 영화에서도 그는 뜸했다. '홍반장' 이후 개봉작이 없다. "'청연'과 '광식이 동생 광태'를 촬영했는데 둘다 11월 이후 개봉할 것 같습니다. 가장 나중에 결정한 드라마를 가장 먼저 선보이게 되다니…." 대통령의 딸이자 외교관인 윤재희를 사랑하게 되는 형사 최상현 역을 맡았다. 그는 이 배역에 대해 "멋진 녀석으로 보여야 한다"고 소개했다. "강자에게 당당하고, 약자를 배려하며, 털털하고 덜렁대지만 자신감 넘치는 유쾌한 놈"이라고 줄줄 말한 뒤 "아마 이런 남자는 드라마밖에 없을 것"이라며 먼저 웃는다. "신 PD가 도연씨에게는 '예쁘게 보여달라', 나한테는 '멋있게 보여달라'고만 했습니다. 얼마나 어려운 말인지 알까요?" 신 PD와는 지난 4월 아버지(고 김무생) 장례식장에서 첫 대면했다. 둘 다 낯을 심하게 가리는 편이라 "아, 예" 정도의 인사만 나눴다. 최근 대본을 받았는데 우선 재미있었다고 느낌을 말한다. 상현은 현실에 없을 것 같은 남자이지만, 김주혁이라는 배우가 얼마나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연기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성패가 갈린다. 그는 인터뷰 내내 다른 건 몰라도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음을 은연중 드러내보였다. "방송 나갔는데 '상현이 멋없다'는 말이 나오면 난 죽어야 합니다. 멋있어지려고 노력한다고 멋있는 게 아니지요. 멜로를 그려가는 방식이 시청자들에게 이상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느껴져야 하는데, 그건 바로 제 몫입니다." 며칠 전 첫 촬영에서 그도 영화에 매진했던 배우들이 드라마 촬영장에 와서 느끼는 혼란을 경험했다. 도대체 모니터 볼 시간이 없이 촬영이 바쁘게 진행됐다. "프라하에 가서 감을 완전히 잡고 와야죠. 적응되면 별 무리 없을 겁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15일 전도연, 김민준 등과 함께 체코 프라하로 떠난다. 이달 말까지 머무르며 3부 정도까지 촬영하게 된다. 전문가들에게는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그가 낯설기도 할 것. 더욱이 그나마 지금껏 드라마를 통한 그의 이미지는 반듯하고 모범생 같았다. 사랑에 목숨거는 형사는 더욱 낯선 캐릭터다. "알려지지 않은 게 오히려 이득일 수 있습니다. 형사 역은 처음인데 날 모르면 내 이미지가 바뀌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 테고, 날 보아왔던 사람은 낯선 내 모습이 재미있을 테고." 연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는 배우와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건 기쁨중 하나다. 김주혁은 요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대학 1학년 처음 연극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이후 연기 공부를 했던 게 기술적으로는 도움이 됐을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는 새 때가 많이 묻었지요. 류승범, 양동근 같은 후배들이 계속 지금 모습을 지켜줬으면 좋겠습니다. 제 멋대로 사는 듯하지만 그건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자유거든요. 괜히 더 많이 알아 연기의 테크닉에 의존한다면 오히려 슬럼프에 빠질 겁니다." 그다지 말이 없는 편이라는 매니저의 말이 무색하게 그는 가슴에 담았던 말을 쏟아냈다. "나 원래 '까불이'인데, 왜 모범생이라 생각하지"라며 씩 미소를 짓는다. 참. 늘 한번씩 묻게 되는 공개된 연인 김지수와의 결혼 시기에 대해선 여전히 똑같은 답이 돌아왔다. "아직 모르겠다"는.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