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는 '○○ 칼리지', '○○스쿨', '○○ 인스티튜트' 등의 간판을 내걸고 수업을 하며 학위까지 수여하지만 교수나 학생의 자격과 교육과정 등이 일반 대학과는 판이하게 다른 사설 직업교육기관이 많다. '상업 학교(commercial school)'라고 불리는 이와 같은 사설 교육기관이 크게 늘고 있지만 이런 학교들이 제공하는 교육의 질이 의문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각종 비리도 횡행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이러한 미국의 사설학교에는 최근들어 한국의 유학생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요망된다. 사설 직업학교들은 대개 직장인 또는 정규 고등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경영, 요리기술, 디자인 등을 가르치거나 의료기술자, 변호사보조원 등이 되기 위한 입문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철저한 직업위주의 교육과 느슨한 입학자격, '고객우선'의 접근법, 지하철과 버스를 도배하다시피 하는 대대적 광고 등으로 인해 이와 같은 사설 교육기관 입학생들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전국 수십곳에 캠퍼스를 두고 있으며 학생 수가 수십만명에 이르기도 한다. 전국적으로 학위를 수여하는 '상업 학교'의 등록 학생 수는 2002년 거의 60만명에 달해 1995년에 비하면 147%나 증가했다. 뉴욕의 경우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정규 대학의 학생 수는 15% 미만의 증가에 그친 반면 사설 직업학교 학생은 46%나 증가해 4만4천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사설 직업학교 가운데 일부는 부적격 학생을 선발하거나 졸업후 취업 전망에 관한 과장 광고를 서슴지 않아 말썽이 되고 있으며 정부 지원 학자금 관련 비리 등 각종 탈법 행위도 자주 적발되고 있다. 최근 뉴욕주 감사관실의 감사에서 적발된 사설 직업교육기관의 비리는 정규 대학의 8배가 넘었다. 이런 학교들이 제공하는 교육의 질도 문제다. 정규 대학과는 달리 학생들이 직장에 다니는 성인이나 고등학교 미수료자 등으로 구성돼 있고 교수도 학위보다는 전문기술 위주로 선발하며 교육과정도 직업중심으로 편성되다 보니 전반적인 학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뉴욕 퀸스의 라과디아 커뮤니티 칼리지의 게일 멜로 학장은 같은 지역의 '상업 학교'가 문을 닫은 이후 이 학교의 학생들을 맡아 가르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험을 보게 한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초 배치고사조차 통과하지 못해 포기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설 직업학교의 학생들이 많게는 4년이 걸리는 과정을 마친 후 번듯한 일자리를 얻는 것 같지도 않다. 졸업생들이 올바른 진로를 찾았는지를 판단케 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인 정부지원 학자금 상환 실태를 보면 2002년 '상업 학교' 졸업생들의 상환실패율은 9%로 정규대학의 5%에 비하면 두배 가까이, 비영리 공공 교육기관의 3%에 비하면 세배에 각각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뉴욕사설교육기관협회 회장인 스티븐 제롬 몬로 칼리지 학장은 "모든 분야에 끔찍한 이야기는 있기 마련"이라면서 대부분의 사설교육기관은 건전하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이런 학교들이 소수계 인종과 저학력자 등 소위계층의 교육기회 확대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