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은 3년전 임동원(林東源) 특사 방북 때와 많은 점에서 닮아 주목된다. 우선 두 사례 모두 남북관계의 정체 속에서 복원을 꾀했다는 점이 유사하다. 정 장관의 경우, 작년 7월 탈북자 대규모 입국과 고(故)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불허 등을 이유로 북한이 당국 간 끈을 끊었다가 올해 5월 들어서면서 차관급 실무회담 등을 통해 정상화의 수순을 밟고 있는 단계에서 방북했다. 이번 방북에서 남북 당국 간 교류 정상화, 나아가 남북관계의 공고한 발전을 강조한 것은 당연한 행보였다. 임 특사는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따라 남측에 취해진 '비상경계태세'를 이유로 제6차 장관급회담이 사실상 결렬됐고 이후 남북 당국간 관계가 꽉 막힌 가운데 2002년 4월 북한을 방문했다. 두 방북 사례 모두 한ㆍ미정상회담 직후 이뤄졌고 이 정상회담의 분위기가 일단 긍정적이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지난 11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경우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은 물론 궁극적으로 북ㆍ미 간의 전향적인 관계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정동영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 대표단은 이번 방북기간 북측에 한ㆍ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6자회담 참가를 촉구하기로 하고 대표단에는 한ㆍ미정상회담 준비과정에 핵심적으로 참여했던 국가안전보장회의 관계자도 참여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3월 한ㆍ미 정상회담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침공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북한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사를 표시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대북 메시지가 발표됐다. 임동원 특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정상회담 결과를 전달하고 북한에게 미국 대통령 특사의 수용과 일본과의 적극적인 관계개선을 요청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2002년 임동원 특사는 김정일 면담을 거쳐 북한이 지금도 남북관계의 중요한 합의서로 평가하고 있는 4ㆍ5합의를 이끌어냈다. 정동영 장관이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을 통해 북측으로부터 이끌어낼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에 대한 답변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