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간부가 조성한 비자금을 회사가 관리하며 영업 용도로 썼다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허근녕 부장판사)는 하도급업체에 공사대금을 더 지급한 후 곧바로 회수하는 수법으로 5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기소된 S건설업체 경영지원본부장 배모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합법적으로 회계처리하기 어려운 접대비ㆍ리베이트 등에 사용할 의도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인정되지만 회사가 비자금을 관리하며 영업활동에 쓴 이상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업무상 배임은 `임무 위배'와 `손해 발생'이 동시에 성립해야 하는데, 피고인이 비자금을 유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점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 비자금 조성만으로는 처벌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회사의 회계ㆍ재무업무를 총괄하던 배씨는 1998년 4월부터 1999년 말까지 하도급 업체에 공사대금을 더 많이 주고 나중에 현금으로 찾아와 회사 금고에 보관하면서 접대비와 리베이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