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1가구 2주택자에 대해서도 비거주 주택을 팔 경우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한다는 '5.4 부동산대책'이 나온 지 한 달 만에 수도권에서 아파트 급매물이 다량 쏟아지고 있다. 2주택 보유자들이 내년 법 시행에 앞서 투자 목적으로 사놓은 수도권 주택을 먼저 팔고 있기 때문이다. 6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하남 광주 오산 남양주 의정부 양주 김포 등 수도권 곳곳에서 아파트 급매물이 속출하면서 중개업소마다 매물이 쌓여가고 있는 추세다. 반면 매수세는 뚝 끊겨 가격은 평형을 가리지 않고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판교신도시 후광 효과를 업고 가격이 급등하며 매물 부족까지 보이고 있는 분당.용인지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남양주 S공인 관계자는 "5.4대책 이후 무조건 팔아달라는 급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은 없어 호가가 평형별로 1000만원 안팎 떨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이나 분당.일산의 여유계층들이 투자목적으로 매입한 아파트가 30~40%에 달하는 김포 광주 등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경기도 광주 초월읍 L공인 관계자는 "갓 입주한 새 아파트 가운데 웃돈까지 얹어주며 투자용으로 분양받았던 상당수 집주인들이 매도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며 "자칫하다간 '매물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남시 덕풍동 공인 P대표는 "앉은 자리에서 1000만~2000만원을 깎는 사례도 심심찮게 일어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구리 하남 의정부 양주 김포 군포 포천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값이 지난달부터 하락세로 반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당과 용인 일대를 제외한 수도권에서 매물 급증에 따른 집값 하락폭이 의외로 커질 수 있다"며 "그동안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이 많은 만큼 가격급락이 금융부실과 공급위축으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재길.이정호.송주희 기자 road@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