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은 경제 성장 부진을 우려한 일부 회원국 정부 등이 금리 인하 압력을 가중하는 가운데 2일 정례 이사회를 열어 현행 금리를 유지키로 했다. ECB 이사회는 2%인 기준 금리와 각각 1%와 3%인 중앙은행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현행대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유로권 기준금리는 15개월 째 동결됐다.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로권의 현 금리는 적절하다"고 밝혀 독일 등 일부 회원국들의 인하 주장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그러나 트리셰 총재는 이날 금리 인하를 배제한다는 발언을 거부했으며, 이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은 완강한 입장이 완화된 것으로 해석하면서 유로권 경제가 더 악화될 경우 올해 말에는 인하할 가능성을 전망했다고 독일 언론은 전했다. 트리셰 총재는 지난 달 정례 이사회 뒤 기자회견에선 금리를 내릴 경우 ECB의 물가 수호 의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저해될 것이라며 "금리 인하는 우리의 선택사항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했었다. ECB의 금리 동결은 ▲현 금리가 2차대전 이래 최저 수준이고 ▲미국 등 경쟁국에 비해 크게 낮으며 ▲금리 인하시 인플레이션 위험이 큰 데다 ▲유로권 전체의 성장이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일정 성장세는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ECB 이사회를 앞두고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성장이 부진한 주요 회원국들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성장 촉진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특히 유로권 주력 국가들의 성장률이 비회원국이나 주요 경쟁국에 비해 낮은 상황에서 독일이 유로화 체제 붕괴에 대비한 비공개 논의를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설 까지 보도돼 ECB로선 여느 때 보다 강한 압박감을 받아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학자들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금리 인하 시 물가불안을 우려하면서 유로권 경제 성장은 금리인하라는 임시변통 보다는 구조적 개혁을 통한 경쟁력과 효율 향상에서 찾아야 한다고 반대해왔다. 한편 ECB는 올해 유로권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내년은 2.1%에서 2%로 각각 낮췄다고 발표했다. 또 올해 인프레율 전망치는 1.9%에서 2%로 높이는 반면 내년 인플레율은 1.6%에서 1.5%로 낮췄다. 트리셰 총재는 유로화가 도입된 999년 이래 ECB가 인플레율을 2% 이하로 제어하 는 것은 올해가 처음일 것이라면서 소비자들이 ECB의 물가안정 의지를 신뢰하고 소비에 나서야 경기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