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서울 B고교 교사가 검사아들의 답안지를 대리작성하고 M고에서는 교장과 교감까지 동원돼 금품을 받고 학생의 성적조작을 해준 사실이 경찰에 적발된 지 넉 달도 안돼 또다시 현직 교사들의 비리가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번에 경찰수사를 통해 드러난 서울 동작구 K고교의 비리는 교사가 성적조작과 시험지 유출 뿐만아니라 학부모로부터 조직적으로 금품을 수수하는가 하면 학생들의 자치경험을 쌓는 학생회장 선거까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학교 비리가 총체적인 `백화점식 비리'수준임을 보여줬다. 특히 이 사건은 2008년 입시부터 내신 반영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어느때보다 학교내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 성적조작= 이 학교 수학교사 이모(59)씨는 2004년 1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특정학생을 따로 만나 자신이 낸 문제를 문제지에서 찍어주는 방식으로 시험문제를 유출했다. 국어교사 이모(62)씨는 2003년 1학기 중간고사에 앞서 "시험문제지를 검토하고 싶다"며 시험문제를 인쇄하는 인쇄실에 들어가 원본을 복사해 빼돌렸다. 하지만 이씨는 경찰에서 복사만 했을 뿐 학생에게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음악교사 이모(48)씨의 경우 학부모회 임원들에게 자신이 참가하는 음악회의 입장권을 강매했다. 이씨의 강권에 못 이긴 학부모들은 1만원짜리 입장권을 20장씩 구입했고 이들의 자녀는 실기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 금품수수= 교육청은 현재 촌지수수 등의 우려 때문에 공식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를 제외한 어떠한 사적인 학부모모임도 불허한다는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이 학교는 매년 신입생이 들어오면 학부모회를 구성해왔다. 고모(53)교사 등 1학년 담당교사 5명은 2003년과 2004년 1학년 부장을 맡으면서 학부모회에서 거둔 4천여만원의 회비 가운데 3천600여만원을 운영비와 수학여행비, 자율학습 감독비, 회식비 등의 명목으로 23차례에 걸쳐 제공받았다. 체육교사 정모(50)씨는 지난해 9월 학부모로부터 특정 주식 구입을 권유받고 2천700만원 상당의 주식을 구입해 큰 이득을 봤으며 이 학부모를 통해 골프채를 싼값에 사기도 했다. 이 학부모의 아들은 실기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 ◆ 선거개입= 지난해 6월 학생회장 선거에서 일부 교사는 특정학생이 당선되도록 타 후보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노모(55) 교사는 학생회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등록한 한 학생에게는 반성문을 쓰게 하거나 또 다른 후보학생에게는 공약이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공약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등 특정학생을 제외한 후보들에게 압력을 넣었다. 노씨는 선거비용이 필요하다며 학부모로부터 모두 350만 원을 받아 이 가운데 90만원을 개인 회식비용으로 사용했다. 한편 정모(50) 교사도 같은 해 자신이 담임을 맡은 반의 대의원들에게 특정학생을 지지하라고 노골적으로 권하기도 했다. ◆ "비리의 `백화점'"= 이 학교 관계자는 그간 "학부모들끼리 모여서 여러 문제들을 논의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 학교에 `학부모회'라는 조직은 없다"며 "대부분 관행적인 일들이고 다른 학교와 (실태가) 비슷하다"고 누차 밝혀왔다. 하지만 K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교사가 학생 과외를 한다'거나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준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떠돌았으며 많은 학생들이 이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그간 보도된 성적조작 비리들과는 규모가 다른 대형 사건이지만 교사들이 각자 `맨투맨'으로 개별 학부모와 접촉하면서 비리를 저질러왔기 때문에 조직적인 공범으로 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리들이 얼마나 `관행적으로' 버젓이 이뤄졌는지 보여주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조 기자 cim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