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일명 차이나달러)가 세계 금융 및 원자재시장을 휩쓸고 있다. 지난 70년대가 중동 오일달러,80년대가 재팬달러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차이나달러 시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의 타오둥(陶冬) 아태경제수석연구원은 1일 "세계 2위의 외환보유액을 배경으로 한 차이나달러가 세계시장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 말 현재 6591억달러에 달해 일본(8380억달러)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실질적으로 중국경제에 편입된 홍콩(1220억달러)을 합치면 거의 8000억달러에 육박한다. 타오둥 연구원은 중국 외환보유액은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끝나는 시점에는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차이나달러는 세계시장에 과거 오일달러나 재팬달러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약 2000억달러로 5000억달러로 추정되는 일본에 못 미치지만,정치.외교.군사 대국이라는 위상이 차이나달러의 위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작년 말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일 수도 있다"는 위융딩(余永定)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의 한 마디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차이나달러는 석유 등 국제 원자재시장을 휩쓸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수입규제를 완화하자 석유 철광석 비철금속 등 원자재들이 중국으로 급속히 빨려들어가며 국제 가격이 급등했던 것은 중국의 시장 주도력을 잘 보여준다. 실제 중국은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석유 등 해외 자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상하이증권보는 국가정보센터의 에너지전문가 뉴리 연구원의 말을 인용,"중국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이용,위안화 절상 압력을 해소하고 해외 자원 확보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당시 국가외환관리국장이던 궈수칭 건설은행 회장은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전략비축유를 구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었다. 중국 롄샹(聯想)이 IBM PC사업을 매입하는 등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막강한 차이나달러가 그 배경이다. 중국이 앞으로 외환 규제를 풀 경우 차이나달러는 외환시장과 원자재시장에 이어 주식시장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타오둥 연구원은 전망했다. 홍콩의 금융 전문가들은 "세계 시장은 이제 차이나달러의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상하이=한우덕·베이징=오광진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