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시중은행 인사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자금운용부에 근무하는 차.과장 3명이 한꺼번에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자리를 옮기려 한다는 정보가 입수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억대 연봉과 성과급 지급이라는 파격적 조건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은 지난 25일 이들에게 휴가명령을 내리는 한편 인력 누수를 막기 위한 문단속에 골몰하고 있다. 은행 대전이 가열되면서 유능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스카우트전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 인력을 외부에서 수혈하려는 은행과 내부에서 길러온 인재를 뺏기지 않으려는 은행 간 신경전도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특히 은행 대전의 격전지인 프라이빗뱅킹(PB) 업무는 은행들의 인력 쟁탈전이 가장 치열한 분야로 꼽힌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세무사 출신인 원종훈 PB사업단 세무팀장을 우리은행에서 스카우트해왔다. 기업은행도 올초 PB사업 확장을 위해 국민은행 타워팰리스 PB센터장을 지낸 김홍룡 부장을 영입했다. 또 국민은행 PB지원팀에서 잔뼈가 굵은 차장 2명을 동시에 데려왔다. 투자은행(IB)과 정보기술(IT) 업무도 은행 간 인력 이동이 잦은 분야다. 작년 말에는 국민은행의 차세대 전산시스템 프로젝트를 지휘하던 조봉한 신기술팀장이 하나은행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자리를 옮겨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인 신한맥쿼리금융자문은 최근 김모 국민은행 투자금융팀 과장을 인프라&유틸리티 팀장으로 영입했다. 이처럼 인력 스카우트전이 가열되면서 각 은행들은 내부 인력 단속에 부심하고 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최근 같은 직급이라도 연봉이 2.5배나 차이나는 파격적인 성과급제 도입을 추진하고 나선 것도 고급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게 금융계의 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문 인재가 은행 경쟁력의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에 따라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은 프로 금융인들에 대한 은행 간 스카우트 전쟁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