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노동ㆍ복지정책을 비판해온 진보 정치학자 고려대 최장집(崔章集ㆍ62)) 교수가 이번에는 "한국 노동운동의 위기가 목전에 당도하고 있다"며 노동계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이같은 고언은 최근 이남순 한국노총 전 위원장 등 간부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 일부 노조에 대해 `귀족노조'라는 비판 등 노동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최 교수는 25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창립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앞서 `한국의 노동, 과거ㆍ현재ㆍ미래'란 제목의 주제발표문에서 "노조조직률이 1980년대 말 18.6%로 최고를 기록한 후 최근 11% 안팎까지 하락했다"며 "이는 민주주의 아래서 쇠락해가는 한국 노동운동의 위상을 집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3년 기준으로 조직노동자 150만명 중 대기업 사업장(300명 이상)이 76%를 차지하고 재벌 사업장(5천명 이상)의 34개 노조가 44%를 차지한다"며 "한국의 노동운동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같은 대기업 위주의 노조 조직을 지적하면서 "이는 일본 노동운동의 궤적에서 보듯 국내 노동운동의 위기가 목전에 당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현재 노동운동은 부도덕이나 폭력의 상징으로 묘사되고, 성장정책의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다"며 "노동운동에 대한 권위주의적 억압장치가 제거된 민주적 환경에서 노동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지속되는 것은 퇴보를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정부 경제ㆍ노동정책에 대해서도 "한국 민주정부들의 경제ㆍ사회정책은 권위주의 정부보다도 더 성장중심ㆍ재벌중심ㆍ노동배제적이며 세계의 주요 국가보다 시장근본주의를 따르는 경제독트린과 정책라인을 취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와 재벌간의 힘의 균형은 권위주의 시기는 물론 민주화 이후 초기만 하더라도 국가에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IMF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본격 전개되는 오늘의 상황에서는 더 이상 국가에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