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지난주에 종합주가지수 950선을 회복한 뒤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시장에 여전히 남아 있는 기업실적과 경기 등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올들어 우리 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국제유가나 환율, 북핵 문제의 파괴력이 눈에 띄게 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안도감을 심어줄 `확실한 재료'의 부재가 최근의 `뒷심 부족'을 불러온 원인이라는게 증시 전문가들의 풀이다. ◆ 950선이 한계?= 지난주부터 꾸준히 상승 흐름을 이어온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19일 950선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지수는 힘을 쓰지 못하고 950선 근처를 맴돌고 있다. 24일 오후 1시 25분 현재 전날보다 1.85포인트 내린 949.20을 기록하고 있다. 40일 가까이 910-950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고공행진 같은 대규모 악재는 수그러들었지만 증시를 끌어올릴 만한 새로운 동력이 채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실물경제 등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날 우리투자증권은 종합지수 목표치를 1,140으로 높였지만 대신증권은 `흥분하기에는 이르다'며 바람을 뺐다. 낙관론과 신중론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박석현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단기 기술적 지표들이 과열권에 들어섰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우리 시장에도 `경계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재환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힘이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 같은 대미 수출 관련주에 쏠려 있는데 이들의 강세에 동참해 줄 업종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7%로 예상치를 하회한 점이나 내수경기 회복이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역시 비관론의 온상이 되고 있다. 김세중 동원증권 선임연구원은 "지난 1.4분기 국내 경제지표들이 시장에 그다지 힘을 싣지 못했고 2.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원화 가치 절상 기조는 이 기간 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며 지수의 상승보다는 횡보 또는 소폭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종합지수가 950선을 돌파한 지난 19일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9일만에 2조원대를 넘어섰지만 지난 20일 1조7천억원, 전날 1조4천억원대로 다시 줄어들어 시장의 체력이 허약함을 보여줬다. ◆심리와 실적 회복이 '동력'= 그러나 요즘 증시에서 주목받고 있는 IT 분야에서 호전된 실적이 나타나거나 도.소매 판매 동향 같은 내수 관련 지표가 긍정적인 평을 얻는다면 지수가 예상보다 쉽게 950선을 딛고 오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권혁준 서울증권 선임연구원은 "IT경기의 조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미흡한 상황이지만 국내 증시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IT주들이 안정적인 수급에 힘입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뚜렷한 악재가 없는 만큼 투자 심리를 호전시킬 수 있는 지표들이 나오면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김세중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나 미 증시 동향을 대표적인 심리 지표로 꼽으며 이들이 먼저 호전되고 IT기업들의 좋은 실적이 뒤를 이을 경우 이르면 다음달 상승 추세로의 선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러 전문가들이 투자심리 호전을 이유로 코스닥시장에 주목하라는 제안을 내놓고 있는 점도 증시 반등의 가장 큰 계기 중 하나인 투자 심리가 완전히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허재환 애널리스트는 "가격적으로 유리한 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의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김연우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도 "코스닥시장의 투자 심리가 거래소에 비해 강화되고 있다"며 코스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