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차세대 투자 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SK텔레콤과 KTF는 현행 2.5세대(또는 3세대) CDMA1x EV-DO 서비스(준,핌)에 대한 투자비도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조원을 들여 비동기식 IMT-2000(WCDMA;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 투자를 서둘러야 하는 실정이다.


동기식 IMT-2000 사업자인 LG텔레콤은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LG로서는 통신망이 2세대(CDMA 2000 1x)에 머물고 있어 업그레이드가 시급하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차세대 서비스를 동기식으로 준비하는 기업이 거의 없어 사실상 외톨이로 전락했다. 이런 가운데 주무부서인 정보통신부는 이동통신 3사에 대해 IMT-2000 투자를 서두르라며 끊임없이 독촉하고 있다.


◆차세대 투자 압박하는 정통부


정통부는 지난 4일 SK텔레콤과 KTF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WCDMA 투자가 미흡했다는 것이 이유다.


두 회사는 당초 2003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WCDMA 서비스를 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사실상 시늉만 내고 있다.


투자도 늦추고 있다.


LG텔레콤은 2004년 말까지 동기식 3세대 서비스인 EV-DV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이행하지 않아 경고를 받았다.


정통부 관계자는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3세데 WCDMA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통신강국으로서 서비스와 단말기 분야의 경쟁력을 지켜 나가기 위해서는 차세대 이동통신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는 게 정통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EV-DO 투자비도 회수 못해


SK텔레콤과 KTF는 정통부의 경고에 속을 태우고 있다.


EV-DO 서비스가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차세대 시스템에 거액을 투자해야 할 처지이다.


SK텔레콤의 WCDMA 투자비는 2006년까지 1조7000억원,KTF는 2007년까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두 회사가 투자를 늦추고 있는 것은 EV-DO에 많은 돈을 투자해 아직 투자비도 건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WCDMA라고 해서 EV-DO보다 크게 나을 게 없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EV-DO에 투자한 돈은 약 4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EV-DO서비스인 '준'의 정액제 가입자는 100만명도 안된다.


KTF 관계자도 "WCDMA는 EV-DO에 비해 데이터 전송속도나 서비스에서 큰 차이가 없고 차별화된 서비스나 콘텐츠 발굴도 미흡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SK텔레콤과 KTF가 WCDMA에서 더 진화된 3.5세대 기술인 HSDPA 상용화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용지물된 동기식 사업권


동기식 IMT-2000 사업자인 LG텔레콤의 사정은 더 답답하다.


세계적으로 동기식을 하겠다는 사업자가 없고 비동기식(WCDMA)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미국 퀄컴은 작년 말 LG텔레콤이 추진해온 EV-DV용 칩 개발을 포기했다.


이에 LG텔레콤은 계획을 바꿔 EV-DO 리비전A로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건의해 정통부 승인을 받아냈다.


그러나 전망이 불투명해 투자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LG텔레콤은 내심 '동기식'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비동기식이 대세인 만큼 IMT-2000 주파수인 2Ghz 대역에서는 동기식이든 비동기식이든 사업자가 알아서 투자할 수 있게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