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개정초안을 놓고 대통령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와 검찰이 이견을 노출시키고 있는 가운데 일선 평검사들이 지검별로 회의를 개최했다.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은 2일 밤 늦게까지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이른 시일내에 전국 평검사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않았다. ◆전국 일선 평검사 회의 잇따라 개최= 서울중앙지검 21개 부서에 소속된 평검사 90여명은 2일 오후 8시께부터 청사 15층 중회의실에 모여 `사법개혁논의에 부쳐, 국민이 바라는 검찰 개혁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5시간 가까이 난상토론를 벌인 뒤 3일 0시 20분께 회의를 종결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평검사 대부분이 참여하는 전체회의가 개최되기는 참여정부 출범을 앞두고 검찰개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던 2003년 2월 이후 2년 3개월만이다. 순천지청과 천안지청 소속 평검사들은 지난달 28일에, 울산지검 소속 평검사들은 이틀뒤인 30일에 각각 비슷한 주제로 논의를 마쳤고 3일에는 부산지검 평검사들이 회의를 열기로 했다. ◆어떤 의견 제기됐나=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은 이날 밤 회의실 출입문에 검찰 직원들을 배치, 외부인의 접근을 완전 차단한 채 사개추위가 추진하고 있는 형소법 개정초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평검사들은 피고인이 부인할 경우 검사작성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거나 공판정에서 피고인의 동의가 없을 경우 검사가 신문할 수 없도록 하는 방향으로 형소법이 개정되면 검찰의 수사권이 극도로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검사들은 사개추위의 원안대로 형소법 개정안이 입법된다면 뇌물수수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등 부정부패 척결 수사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어 궁긍적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성폭력 사건이나 조직범죄 수사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녹음ㆍ녹화물마저 증거로 쓸 수 없다면 민생침해사범 수사에도 상당한 차질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사개추위가 형소법 초안을 관철시키고자 한다면 피의자가 혐의를 시인하면 형을 감경해주는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와 증언면책제도, 참고인의 진술 번복을 견제할 사법방해죄, 양형기준법 등을 신설, 수사권의 약화를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검사는 "국민이 원하는 사법제도에 대해 국민이 알고 선택한다면 검사로서 반대할 것이 없으나 국민에게 정보제공이 안된 터에 평검사들 조차 숙지하지 못한 채 급한 일정에 쫓기는 것이 안타깝다는 등 사개추위의 절차에 대한 우려표시가 대다수 검사들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결의문 채택 =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은 이날 오후 11시 20분께 기자실에 들러 `인권과 정의가 살아 숨쉬는 형사사법을 갈망하며'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검사들은 결의문에서 "국민의 편익을 향상하기 위해서 기존 형사사법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사개추위에서 진행되는 형소법 개정논의는 형사사법시스템 전반을 사전 검증절차 없이 급격히 뒤바꾸는 변혁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사들은 "형사사법시스템은 한번 바뀌면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것임에도 형사사법시스템의 최종 수요자인 국민들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짜여진 일정에 맞추듯이 성급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깊이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검사들은 "국민이 바라는 것은 명분만을 앞세운 국적 불명의 `고비용 저효율 제도'가 아니라 피의자와 피해자의 인권이 모두 존중받고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부정부패 척결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조화로운 형사사법절차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망=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은 이날 논의된 내용을 취합해 그 결과를 대검 수뇌부에 공식 전달키로 했다. 검사들은 조만간 전국 평검사 회의를 개최키로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개추위 실무위원회가 오는 9일 열릴 예정된 점을 감안하면 그 이전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평검사 회의에 참석했던 첨단범죄수사부 구태언 검사는 "전국 평검사 회의 개최날짜와 장소는 다른 지검ㆍ지청에서 진행되는 논의결과를 취합해 추후에 결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조준형 이광철 기자 freemong@yna.co.kr jhcho@yna.co.kr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