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25일 "만일 북한이 무모하게 핵실험까지 하는 조치를 취하면 이제까지 고립되어 왔던 북한 스스로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고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가진 21세기 동북아미래포럼 초청연설에서 "핵무기는 결코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정치.경제의 고립만을 자초하고 심화시킬 것이며,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국제사회와 정상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반 장관은 북한의 2.10 외무성 성명과 6자회담의 군축회담 주장 등 최근 북한의 일련의 입장 천명과 관련, "협상을 뒤흔들어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는 고도의 계산된 전략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무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사과 등을 요구하는데 라이스 장관은 북한 주권국가 발언, 미북간 회담틀내 양자대화 발언 등 외교적으로 의미있는 발언을 많이했다"며 "북한의 요구는 비현실적이며 북한도 이제 (이런 말의 의미를) 알아듣고 회담장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해찬 총리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간 자카르타 회동과 관련, "이를 계기로 북한이 조속한 시일에 당국간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고 있는 한미동맹 균열우려에 대해 그는 "지난 50년간의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안보중심의 대미 의존관계에서 벗어나 상호호혜적이고 존중하는 바탕에서 동맹관계를 이끌다 보니 과거에 못느꼈던 것을 피부로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북아 균형자론'과 관련, 반 장관은 "세력균형에 입각하거나 미국이 냉전체제과정에서 수행했던 그런 의미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가치지향적인 것"이라며 "동북아의 여러 대립과 갈등 요소들을 물리력 측면이 아닌 가치지향적인 면에서 동북아의 조화로운 번영과 발전을 위해 우리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하드 파워보다는 소프트 파워라는 측면"이라고 부연했다. 반미감정과 관련, 그는 "이념적이거나 탈미적인 것이 아니어서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한국민이 노력하듯이 미국 정부와 미국민도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 장관은 최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독일 순방시 독일 언론들이 일제히 일본의 역사인식을 비판한 점과 중국에서의 반일시위 등을 거론하며 "세계적인 역사인식 비판에 일본은 상당히 뼈아프게 느꼈을 것"이라며 "우리도 이를 바탕으로 일본이 향후 국제사회에서 존경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되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이달초 파키스탄에서의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일본측에) `독도문제를 당신들이 거론하면 한일관계는 계속해서 나쁠 것'이라며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고 했다"며 "역사문제도 `올해 5∼10% 고치고 내년에 또 하는 등 계속해서 고쳐 나가야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문제도 제도적 개혁수준 이외에 지도력, 신뢰성, 과거사 인식 등 국제적인 평가가 (안보리 개혁안에) 작용한다는 것을 일본은 명심해야 한다"며 현 상태에서의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를 명확히 했다. 한일 FTA(자유무역협정) 관련, 반 장관은 "농수산물 분야에서 일본의 양허수준이 우리 기대보다 훨씬 못미쳐 현재로서는 이를 받을 수 없다"며 "우리는 높은 차원에서 포괄적인 FTA를 체결하기 위해 만나기 전에 현실적인 면에서 제시하라고 하고 있고 일본은 만나자는 입장"이라며 양측의 팽팽한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