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열렸던 서울 영등포구민회관 강당.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대화 복귀 여부를 결정짓기 위해 찬반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자리였다. 토론을 거친 뒤 투표에 들어갈 무렵,대회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강경파 조합원들이 대회장에 난입,활극을 방불케 하는 물리력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지난 3월15일 교통회관에서 다시 열린 대회에서도 강경파가 물리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민주노총이 계파간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 내 계파는 크게 3개로 나뉜다. 온건파인 이수호 위원장 등 현 집행부가 이끄는 국민파,단병호·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문성현 전 금속연맹위원장 등이 주도하는 중도세력인 중앙파,그리고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유덕상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핵심멤버로 있는 강경좌파인 현장파로 나뉜다. 이들 강온파 간 갈등의 핵심은 노사정위원회 대화 복귀 여부이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수호 위원장 등 현 집행부는 노사정 대화에 참여해 정부와 협상을 통해 얻을 것은 얻어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강경파는 이 위원장의 온건 대화노선에 반기를 든 채 투쟁을 통한 사회개혁을 부르짖으며 대화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강경파들이 조직 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폭력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노사정 대화를 찬성하는 숫자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폭력을 동원해 투표 자체를 막아버렸다.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가 유린되는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처럼 폭력을 동원한 비민주적인 절차도 불사함에 따라 노동계와 진보진영의 위상에도 적잖은 타격을 안겨줬다. 강경 좌파세력들이 대의원대회를 무산시킨 것은 올 들어 세번째.지난 1월 정기 대의원총회에서는 집단으로 퇴장해 의결정족수에 못미치도록 해 대회를 무산시켰다. 이어 2,3월 대회에서는 잇따라 폭력을 동원하는 한심한 행태를 보였다. 전노투에는 현재 강성노조의 현장조직과 대학생 노동사회 및 해고자단체 등 40여개 단체가 소속돼 있으며 대의원대회 폭력행사 당시에는 전국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전해투) 소속 대학생 등이 공격의 선봉에 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노투가 속해 있는 현장파는 투쟁을 강조하기 때문에 경영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계파다. 이들은 대기업공장 현장조직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파업으로 홍역을 치른 GS칼텍스나 서울지하철노조에도 현장파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규직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폭력으로 문제해결 방식을 찾은 전노투는 그 과격성 때문에 국민적 비난에 직면해 있다"면서 "만약 노동운동 방식을 과감히 바꾸지 않는다면 멀지 않아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