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열렸던 서울 영등포구민회관 강당.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대화 복귀여부를 결정짓기 위해 찬반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자리였다. 토론을 거친 뒤 투표에 들어갈 무렵,대회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강경파 조합원들이 대회장에 난입,활극을 방불케 하는 물리력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지난 3월15일 교통회관에서 다시 열린 대회에서도 강경파가 물리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민주노총이 계파간에 극심한 갈등을 겪으며 출범 이후 1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폭력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 이상 지나 겉으로는 평온을 되찾은 듯 하지만 내부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 내 계파는 크게 3개로 나뉘어 있다. 온건세력인 국민파를 비롯 중도세력인 중앙파,강경 좌파인 현장파 등이다. 이 중 국민파에는 이수호 위원장 등 현 집행부와 전교조 사무노련 택시노련 등이 포함돼 있다. 90년대 운동권의 민족해방(NL) 노선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대화를 통한 사회개혁을 운동 이념으로 삼고 있다. 이에 반해 중앙파와 현장파는 범 좌파로 분류된다. 주로 투쟁을 운동의 중심에 두고 있다. 중앙파로는 노동운동가 시절 길거리 투쟁으로 명성을 날린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문성현 전 금속연맹위원장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80년대 운동권의 민중투쟁(PD) 노선을 뿌리로 하고 있다. 현장파는 가장 투쟁적인 세력으로 경영계가 두려워하는 계파다. 이들은 대기업공장 등 현장조직들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파업으로 홍역을 치른 GS칼텍스나 서울지하철노조에도 현장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유덕상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핵심인물이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폭력사태도 현장파,그 중에서도 급진세력인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전노투)가 주도했다. 전노투는 "노사정위에 들어가 대화를 하는 것은 자본과 정부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전노투는 노동세력들이 단결해 투쟁을 벌일 때만이 노동해방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노동전문가들은 "노사관계의 세계적인 대세는 공생을 위한 타협과 양보이지 투쟁은 아니다"며 온건파로 분류된 민노총 지도부의 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고임금에 고용안정까지 보장된 부자 노조들이 투쟁만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 파업을 일삼을 경우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해 결국 설 땅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총 내 계파간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워낙 강경파와 온건파 간 운동노선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쟁노선을 고집할 경우 결국은 공멸의 길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