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중서(董仲舒)는 중국 한(漢)나라 무제 때의 이름난 유학자였다. 어찌나 글읽기를 좋아했던지 3년 동안 서재밖의 정원을 보지 않았다고 하며,자신이 타고 다니는 말이 암컷인지 수컷인지도 몰랐을 정도였다고 한다. '춘추(春秋)'에 정통해서 춘추박사라 불렸으며 유교를 국교로 정한 것도 순전히 그의 주장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동중서는 특히 인간관계의 기본이랄 수 있는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정립한 유학자로 더욱 유명하다. 아버지와 아들(父子), 임금과 신하(君臣), 남편과 아내(夫婦), 어른과 어린이(長幼), 친구사이(朋友)의 윤리를 정한 '오륜'은 맹자에서 인용한 것이지만, 삼강은 유가의 경전에 나오지는 않는다. 복잡한 유교 사상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한 까닭에 누구나 쉽게 깨우칠 수 있었고, 우리 조선시대에는 삼강오륜이 사회의 기본적 윤리로 자리 잡은 이래 지금까지도 윤리도덕의 근간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사실 고도로 산업화된 현대사회에서 인간관계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한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많은 이해가 얽혀있다 해도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근본정신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삼강오륜이 딱딱한 얘기로 들리면서도 한편으로 반가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 뜻이 분명하고 깊어서일 게다. 요즘 팬택 계열이 내부교육용으로 펴낸 '신(新)삼강오륜'이 화제다. 직장인이 갖춰야 할 소양과 행동규범을 삼강오륜의 틀 속에 집어넣어 새롭게 해석했다. 몸가짐이나 마음가짐은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수신유품(修身有品)'하는 식이다.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신적ㆍ문화적 토양이 중요한데 그 한 방편으로 삼강오륜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구성원들의 태도다. 경쟁력의 원천은 바로 직원들이기에 '신팔불출'이니 '신칠거지악'이니 하면서 정신무장을 강조하고 있다. 차제에 삼강오륜만이 아닌 항간에 회자되는 고사성어들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규범과 경쟁력의 토대가 됐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