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포함, 10명을 태우고 꽃게잡이에 나섰던 26t급 통발어선 부영호(선장 황두성)와의 통신이 끊긴 지 12일로 열흘이 지난 가운데 부영호가 어떤 상황에 빠졌는지를 두고 갖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통신두절 신고를 접수한 뒤 대규모 해상수색을 전개해 온 해경은 그동안 아무런 부유물도 발견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부영호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데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이 경우 부영호 선원들이 단순 통신두절 상태에서 표류하고 있거나 고의로 통신기기를 끈 채 서해상 어딘가에서 조업을 계속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통신이 두절되던 날 부영호와 만났던 운반선이 연료 6천ℓ와 15일치 식량을 실어줬기에 아직은 식량에도 여유가 있다. 하지만 해경 등이 광역초계기를 동원해 공해상까지 이잡듯 뒤졌지만 부영호의 흔적조차 찾지 못한 점에 비춰 표류 및 불법조업 가능성이 많지는 않다. 특히 고의로 열흘 동안이나 통신을 끊는다는 것은 조업시 매일 한차례 이상 어업무선국과 교신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는 것으로,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음을 감안할 때 이를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다. 또한 조업을 하고 있으면서 뭍에 있는 가족이나 선주와 그동안 한번도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은 이해가 안간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부유물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부영호가 2일 밤 안개까지 낀 상황에서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시 기상악화와 관련, 지난 1월 31일 오후 8시께 제주 마라도 남쪽 194㎞ 해상에서 선원 11명을 태운 79t급 통발어선 3003신화호(선장 오대석)는 수협 여수어업 정보통신국에 `기상 악화로 귀항하겠다'는 보고를 한 뒤 통신이 두절되고 실종됐다. 또 지난해 1월 24일에도 선원 8명을 태운 부산선적 69t급 안강망어선 701백진호(선장 김선환)가 마라도 남서쪽 55㎞ 해상에서 선단선과 마지막으로 교신한 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해경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부영호의 상황에 대해 뭐라 단정할 수 없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수색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당시 서해상을 지났던 대형선박들의 선체에 충돌흔적이 있는지 등을 일일이 조사중"이라며 "선원들이 무사하기만을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6일 신진항을 출항, 서해 격렬비열도 근해에서 조업하던 부영호는 지난 2일 오후 6시께 다른 어선들과 어황정보 등에 대한 무선교신을 나눈 것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태안=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cob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