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회의, 콘클라베에 모인 추기경들은 성령의 이끄심에 따르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하지만 주님은알 수 없는 방식으로 움직여 그의 대리자들이 진정 수완가가 될 지도 모른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9일 전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공공연한 정치행위와 막후 흥정을 금지, 지난 1996년 2월22일 공표된 교황령 '주님의 양떼(Universi Dominici Gregis)'를 통해 추기경들은한 사람 또는 여럿에게 찬반의사를 표하게 할 수도 있는 어떤 형태의 약속, 합의,서약, 혹은 공약도 금하도록 했다. 그러나 교황 사후 추기경들 스스로 시스티나 성당 비밀회동에 들어갈 때까지는'견해 교환'을 허용했다. LA 타임스는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아래에서 열릴 오는 18일 콘클라베 개막 전까지 추기경들은 11억 가톨릭 인구를 이끌어갈 새 교황이 누가 돼야 할 것 인지 의견을 교환, 설득하고 고민하며 검증작업을 할 것이라고 전하면서 대리석이 깔린 교황청 궁전내에서 열릴 칵테일 모임이나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빌라에서 열리는 긴 오찬에서 로마 가톨릭교회 '왕자들'은 서로를 평가하고 후보들을 저울질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바티칸의 향후 진로를 모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남미를 포함해 스페인어권 추기경들이 모이거나 영어권 '앵글로' 추기경들이 회동할 수 있고, 다른 언어권끼리도 이데올로기나 과업을 놓고 서로 의견개진을 할 수도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역대 교황 가운데 가장 많은 추기경을 임명했는데 추기경 대부분이 교황의 기본적 종교철학 가치를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지리적, 인종적 분포가다양해 '선거ㆍ피선거권'을 가진 추기경이 6개 대륙에 52국에 달한다. 신문은 또 라틴 아메리카는 전 세계 가톨릭 인구의 43%를 차지하고 있고 아프리카도 가장 성장속도가 빠른 대륙으로 꼽히고 있다며 제3세계에서 새 교황이 선출될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남미에는 21명의 추기경을 보유, 오랫동안 막강한 위치를 차지한 이탈리아(20)를 웃돌았다. 일부 이탈리아인들은 지난 1978년 요한 바오로 2세 선출 이후 교황이 다시 이탈리아 몫으로 되돌아 오길 기대하고 있으나 다른 한 쪽에서는 중남미나 아프리카, 심지어 아시아 출신 추기경 가운데서 나와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중남미에서는 프란치스코수도회 소속으로 상파울루 대교구장인 클라우디오 후메스, 예수회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대교구장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다리오 카스리욘 요요스(콜롬비아), 오스카르 로드리게스 마라디아가(온두라스) 추기경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온유하면서도 보수적 성향인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프란시스아린제 추기경(나이지리아)이 후보로 부상하고 있으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흑인 교황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버나드 아그레 추기경(코트디브와르)은 그러나 "심리적으로나 영적으로나 서방세계는 아직 흑인교황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용윤 특파원 yy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