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M&A)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경기침체기에 잔뜩 몸을 움츠렸던 재력 있는 중견·중소기업들이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을 위해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올해 벤처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과 경기가 회복될 조짐이 보이는 것도 인수합병을 활성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5일 벤처업계와 한국M&A협회 한국기술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닥시장과 장외시장에서 중소·벤처기업을 상대로 한 M&A 바람이 불고 있다. 이 중 코스닥시장의 경우 7건의 M&A가 이뤄졌다. '세스영어' 브랜드로 잘 알려진 교육전문업체 세스넷은 코스닥기업인 수처리환경기업 아쿠아테크를 인수했다. 전국에 1백76개의 가맹학원을 두고 있는 이 회사는 환경분야 진출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 아쿠아테크를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화학용품 제조업체인 호성케멕스도 상처치료 습윤드레싱제 '메디폼'을 생산하는 바이오폴을 인수했다. 이 회사 최진석 대표는 "이번 인수는 주력사업이던 화학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휴대폰벨소리 다운로드 업체인 야호커뮤니케이션은 교통안전단말기 사업을 하는 오픈포유를 사들였고 전자부품 릴레이(전자계전기)를 만드는 텍셀네트컴은 컴퓨터시스템을 설계하는 네트컴을 합병했다. LCD검사장비를 생산하는 솔트론은 멀티미디어 통합시스템 사업을 하는 세안아이티를 인수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교육 솔루션 개발업체인 인투스테크놀러지는 중국어 교육업체인 차이홍에듀를 인수했고 피혁업체인 대륜은 제대혈 은행 운영업체인 KT바이오시스를 최근 인수하고 바이오사업에 뛰어들었다. 장외시장에서도 M&A바람이 불고 있다. 센서 및 제어기기 전문회사인 오토닉스가 제어계측기업체인 코닉스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한국M&A협회 김정수 사무국장은 "올 들어 매수 17건,매도 13건의 물건이 접수됐다"며 "매도?매수주문이 거의 없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술거래소도 매주 3∼5건씩 이뤄지는 M&A 상담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주 평균 1,2건에 불과했던 지난해에 비하면 두배 이상 늘어난 것.올 들어 3월까지 기업인수를 위한 매수자문계약도 전년 동기보다 두배가량 증가한 7건에 달한다. 이에 따라 기술거래소는 현재 5명인 M&A 전문가를 조만간 2명 더 채용할 계획이다. 기술거래소 강철웅 팀장은 "올 들어 M&A 시장이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며 "매수자들은 IT 반도체재료 환경 에너지 등 성장업종을 중심으로 50억∼1백억원대의 매물을 주로 찾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벌써 2건이 최종 성사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중개업체(부티크)들도 바빠지고 있다.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둘하나벤처컨설팅 신현장 대표는 "중견기업들이 자체 기술개발을 통한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대신 M&A를 대안으로 삼고 있는 추세"라며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매도자들은 가격을 올리고 있고 일부는 매각 대신 투자자금 유치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올 들어서만 벌써 작년 한햇동안 실적과 같은 5건의 매수신청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삼빛컨설팅 관계자도 "지난해와 달리 최근 들어 매일 3,4건의 매수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며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M&A 시장이 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작년 말 M&A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게 촉매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며 "'꾼'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계주·임상택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