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8개 노후단지를 최고 60층 높이의 초고층 대단지로 재건축하려는 계획이 정부 반대로 무산됐지만 한 번 급등했던 아파트값은 꺽일 줄 모르고 있다. 주민들은 "정권이 바뀌면 초고층 재건축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불과 1-2개월 사이에 호가가 급등하는 바람에 거래가 완전 끊겼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호가 한두달 새 2억원 급등 강남구청이 압구정동 일대에 초고층 재건축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시점은 지난 2월 초.이후 현대·미성·한양 등 20년 이상 된 노후단지의 호가가 일제히 10∼25% 상승했다. 가장 인기있는 40∼60평형대의 호가는 단숨에 2억∼3억원 뛰었다. 구(舊)현대 35평형은 8억∼9억원,신현대 51평형은 12억5천만∼14억원선에 호가되고 있다. 압구정동 센추리21공인 관계자는 "재작년 10·29조치 이후 1년여간 아파트값이 계속 하락하면서 가격이 더 떨어지면 사겠다는 대기수요가 많았다"면서 "연초 초고층 재건축 추진이란 대형 호재가 터지자 대기수요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가격이 급상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전세가격 양극화 심화 아파트 호가는 치솟고 있지만 전셋값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초고층 재건축 논란이 불거진 이후 전 평형 전셋값이 이전보다 10% 가량 하락했다. 최근 리모델링을 끝마친 대림아크로빌만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이 40∼50% 수준일 뿐,나머지 단지들의 전셋값은 매매호가의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매매호가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전셋값은 높아 신현대 56평형 전셋값은 4억2천만∼4억7천만원,구현대 43평형은 2억6천만∼2억9천만원선이다. 새롬부동산 정규범 대표는 "압구정동에서 전세라도 살려면 최소 2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면서 "타지에서 이사오려는 사람들도 역전세난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호재가 있다고는 하지만 전세가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향후 가격하락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민들,"어쨌든 초고층 들어설 것" 압구정동 주민들은 초고층 재건축 추진에 일단 제동이 걸렸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현대 아파트 주민 L씨(56)는 "30년 가까이 된 아파트에 살다보니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면서 "언젠가는 재건축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시간이 걸릴 뿐이지 초고층 재건축은 실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P공인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워낙 오락가락 하니까 기다리다 보면 결국 재건축 승인이 날 것"이라며 "최근 호가가 갑자기 뛰면서 가격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접근을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강남구청은 정부가 반대하고 있지만 초고층 재건축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 주택과의 고재풍 팀장은 "압구정 일대가 3종 주거지역이기 때문에 건설교통부와 관계없이 서울시 심의를 거쳐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면서 "도시를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선 초고층화를 통해 녹지공간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선 거품 우려도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거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이 지역 아파트값이 거래 없이 호가만 오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추격매수를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이상 수년 내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단기적으로 가격이 더 오른다 하더라도 세금을 떼고나면 남는 게 별로 없을 것"이라며 "일단 정부에서 한 번 제동을 건 사항이기 때문에 단기투자 목적으로 부화뇌동할 경우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