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문제로 여권의 고민이 쌓여가고 있다. 당초 여권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으나 공공기관 내부 반발에다 지자체간 유치경쟁 과열에 따른 후유증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마저 논의에서 발을 빼자 당초 4월 초 발표계획을 5월로 미루는 등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여권은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고 연기배경을 설명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당장 4·30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공공기관 유치를 놓고 벌써부터 동서대결 양상을 보이는 등 과열조짐을 보이는 터에 이전안을 서둘러 내놓았다가 여론이 악화되면 그 부담을 여권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일단 시간벌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22일 "유치하는 특정 지역은 좋아하겠지만 경쟁에서 밀린 다수의 지역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전체적인 여론악화로 이어질 경우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선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을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이려 애쓰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여당은 야당과의 논의과정을 거치는 모양새를 갖춰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이다. 김한길 신행정수도후속대책특별위원장이 연일 야당의 논의 참여를 촉구하는 것이나 여당이 각 지자체와의 잦은 접촉을 통해 의견수렴에 힘을 쏟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권의 이같은 고민을 아는 한나라당이 응할리 없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이날 "나눠먹기식의 공공기관 이전에 야당을 끌고가려는 정부 여당의 물귀신작전에 말려들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치적으로 득될 게 없는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권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자니 역풍이 우려되고 마냥 미루자니 무책임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말그대로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