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증권관련법 체계를 대폭 뜯어고치기로 한 것은 증권회사 중 일부를 미국의 골드만삭스처럼 대형 투자은행(Investment Bank)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증권산업 구조개편의 방향을 규제완화 차원이 아닌 규제철폐 쪽으로 잡아가고 있다. 은행산업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인 증권산업을 키우지 않고서는 균형된 금융시스템,나아가 동북아 금융허브를 구축할 수 없다는 상황 판단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법 체계를 고치는 것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고,투자은행을 허용하더라도 증권사 규모가 작아 효과가 미지수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국판 골드만삭스 키운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증권규제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고 법 체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15일 '동북아 금융허브 1주년 기념세미나' 기조연설에 이어 또다시 증권산업 구조개편을 강조한 것이다. 이 부총리가 증권산업의 정비와 육성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 부총리는 국내 증권사 중 일부는 미국의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같은 투자은행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주식 위탁매매회사에서 벗어나 △M&A(인수합병) △스트럭처드 파이낸스(구조금융) △부실기업 정리 등을 담당할 수 있는 투자은행이 생겨나야 국내 자본시장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증권법 체계 어떻게 바뀌나 현행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증권업은 유가증권을 인수하거나 매매하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이 중 증권사가 취급할 수 있는 유가증권은 국·공채 회사채 주식 주식예탁증서 수익증권 어음 등으로 제한돼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유가증권이란 예금이나 보험 등을 제외한 '재산적 권리가 표시된 증서 전반'으로 재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유가증권의 종류를 명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정부는 이러한 증권업계의 주장을 전면 채택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정부가 이를 확정짓게 되면 기존 증권관련법은 사실상 '미국식 투자은행법'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국내 은행과 증권사의 관계도 미국처럼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으로 바뀌게 된다. 증권사는 예금과 대출,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금융업무가 가능해져 자본시장의 주축으로 역할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통합증권법 나올까 재경부는 증권관련법의 통폐합도 검토키로 했다. 현재 증권관련법은 증권거래법 선물업법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등으로 흩어져 있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는 투자자문 투자일임 뮤추얼펀드 사모투자회사(PEF) 등이 규정돼 있다. 향후 통합금융법 제정에 앞서 제각각인 증권관련법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현재로서 증권업과 선물업의 경계가 명확하고,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은행과 보험사도 동시에 규제하고 있는 등의 문제로 인해 통폐합이 쉽지만은 않다. 재경부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 통합금융법의 제정 원칙 등이 마련되면 증권관련법의 통폐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