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들이 앞다투어 중국기업을 사들이고 있지만 너무 비싼 값을 치러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4일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별 무리가 없다는 반론도 있지만 '바가지 썼다'는 평이 중론이라고 전했다. 기업 인수ㆍ합병 전문 회사인 인터차이나 컨설팅의 수석 컨설턴트 에두아르도 모르실로는 "다국적 업체들이 중국 기업 인수에 믿을 수 없을 만큼의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가 경쟁업체 제시가격보다 30%나 비싼 7억달러를 들여 하얼빈 맥주를 사들였는가 하면 영국의 유통업체 테스코는 중국 유통업체 팅신인터내셔널 지분 50%를 인수하면서 이 업체의 매출보다 25배나 많은 2억6천만달러를 썼다. 일본의 아사히맥주와 이토추는 최근 이익도 줄고 부채비율은 높은 음료업체 팅이홀딩스의 지분 50%를 매입하는 데 4억2천만달러를 쏟아부었다. 다국적 기업이 중국 업체 인수시 과도한 돈을 지불하는 것은 인수 대상 기업에 대한 공정한 가치 평가가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기업은 선진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가격 평가 기법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반면 중국 진출에 목을 맨 외국 기업들은 과도한 돈을 주고서라도 시장 선점을 원하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국영 업체 매각시 순자산가치 이하로 매각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바가지 세일'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