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산 자동차가 카를로스 곤 사장의 르노 사장 취임에 따라 '포스트 곤'시대를 맞는다. 1999년 닛산에 점령군 사령관으로 파견됐던 곤은 닛산을 살려낸 업적을 발판으로 오는 5월 닛산 대주주인 르노에 최고경영자(CEO)로 금의환향한다. 하지만 닛산은 만 6년 동안 전적으로 의존해왔던 지휘관을 잃고 자력갱생해야 하는 제2의 도전에 직면했다. ◆"개혁의 유전자를 심다"=곤은 닛산 재임 6년간 구조조정 전문가로 명성을 날렸다. 전통적 우호관계를 무시하고 하청업체들에 3년 내 납품가격 20% 삭감을 강요했다. 직원을 2만명이나 내보내면서 경력자 채용은 늘려 전사원의 8%인 2천6백명을 외부인으로 채워넣었다. 그러나 닛산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이겨내고 일본 내 자동차 메이커 2위로 기적같이 살아났다. 1년 만에 흑자 반전에 성공하고 2004년 3월 결산 때는 영업이익이 4년 전보다 10배나 늘어났다. ◆리더십 교체에 따른 적신호=곤은 닛산의 리더십에 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르노로 돌아간 후에도 닛산 CEO를 겸직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새 사령탑은 오는 4,5월경 선임되는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맡게 된다. 이 자리에는 시가 도시유키 해외사업담당 상무가 유력한 후보로 부상 중이다. 닛산은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지난해부터 증산 목표에 차질이 생기는 등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혁신 정신 대물림이 과제=V자형 회복을 경험한 회사들의 최대 문제는 긴장이 풀리는 순간 공든 탑이 한꺼번에 무너진다는 것이다. 곤의 전 직장인 타이어회사 미쉐린 북미 본부도 곤이 떠난 후 2년 만에 수익 감소가 발생했다. 닛케이신문도 "개혁의 유전자가 대를 잇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곤 사장은 5년 전과 똑같이 위기가 곧 기회라고 말한다. 그는 "닛산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