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승용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0여년간 1위를 고수해온 독일 폭스바겐의 아성이 흔들리고 고수익 시대가 종말을 맞이하면서 수익경영 기업이 빛을 발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1985년 중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판매대수가 줄어든 반면 중국 진출 경력이 3∼7년된 미국 GM,일본 혼다,한국 현대차 등 후발 주자들은 사상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또 새해 초부터 가격전쟁이 다시 달아오르면서 영업이익률이 20%를 웃돌던 중국 승용차시장의 고수익 시대는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폭스바겐의 양대 합작사인 상하이폭스바겐과 이치폭스바겐의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해 총 65만여대로 전년의 69만여대에 비해 6% 감소했다. 월간 기준으로도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상하이폭스바겐이 상하이GM에 중국 승용차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반면 후발 주자들은 대거 약진했다. 지난 97년 상하이차와 합작하는 식으로 중국에 진출한 GM의 경우 상하이GM이 전년 대비 42% 증가한 25만2천대를 팔았다. 이에 따라 GM의 작년 중국 승용차 시장 점유율 역시 처음으로 9%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98년 중국에 뛰어든 일본의 혼다도 광저우혼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20만대를 넘어 작년 대비 2배 가까운 성장을 했다. 2002년 말 진출한 한국의 현대차는 지난해에 전년도의 3배 수준인 14만4천대를 팔아 승용차 업계 순위가 1년 만에 10위에서 5위로 껑충 뛰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후발 주자들이 최신 모델로 승부를 건 데다 공격적인 가격 인하에 나선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토종 자동차 업체들의 구도도 바뀌고 있다. 이치 상하이차에 이어 만년 3위 업체 둥펑자동차가 지난해 5위로 밀려났다. ◆자동차 고수익 시대 끝=2003년 중국 10대 고수익 업종 5위에 올랐던 자동차는 지난해 아예 순위에서 탈락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속에 자동차 가격은 계속 내려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작년 말 치루이의 QQ 등 8개 모델에 이어 새해 초 아우디 BMW가 가격인하전에 가세했다. 새해부터 자동차 수입쿼터제가 폐지되고 수입관세가 추가 인하된 것도 가격 인하를 부추기고 있다. 메릴린치는 올해 중국 승용차 가격이 1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베이징현대차 관계자는 "과거 20%를 웃돌던 중국 승용차 업계 영업이익률이 한자릿수로 떨어졌다"며 "몇몇 업체는 적자를 감수하면서 일부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폭스바겐은 지난해 수익이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이익 규모로는 80억위안의 이익을 낸 상하이GM이 수위를 차지했으며,이는 상하이폭스바겐과 이치폭스바겐의 수익을 합친 것보다 많은 것이다. 광저우혼다가 전년보다 53% 증가한 61억위안(약 7천6백25억원)의 수익을 내 돋보였다. 대당 이익도 상하이GM과 광저우혼다의 경우 3만위안(약 3백75만원)을 웃돌아 폭스바겐의 2배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현대차는 판매는 3배 가까이 늘었으나 수익은 소폭 감소했다. 중국은 오는 2010년 연간 승용차 판매 5백만대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이는 등 시장 전망이 밝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올인'은 계속될 전망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