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相生) 국회'를 표방해 국민의 기대를 모으며 닻을 올린 17대 국회가 결국 파행을 거듭하는 구태를 보이며 실망스러운모습으로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17대 국회는 여당의 4대 입법을 둘러싸고 결국 야당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철야로 점거하는 볼썽 사나운 장면으로 한해를 마무리해 어느 국회보다 초선의원이많이 등원해 신선한 바람을 기대했던 국민의 여망을 산산이 무너뜨렸다. ◆"정치권, 국민을 저버렸나"= 여야가 쟁점법안을 놓고 30일 막판 극적 타협을이루는가싶더니 국회의장이 발표한 여야 합의문마저 뒤집는 원칙없는 정치권의 모습에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이들을 직접 뽑은 국민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의 예기치 않은 해일 피해로 온 나라가 슬픔에 싸여 뒤숭숭한데도 정치권은 일사불란한 `리더십'을 보여주기는커녕 여의도 국회 안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는 데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의 파행이 올해 마지막날인 31일도 이어져 예산안 의결마저 해를 넘겨 처음으로 준예산을 편성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까지 치닫는다면 17대 국회는 `국민을저버린 국회'라는 지울 수없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할 처지다. 올해 내내 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한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 문제를 연내에 해결하지 못하고 내년으로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자 17대 국회의 무능함도 국민을실망케 했다. 국회 홈페이지에 네티즌 김준식씨는 `웃긴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거대한 국회 난방은 왜 하느냐. (국민에게) 세금거둬 고작하는 일이 농성이냐"라고 국회를 원망했다. 네티즌 강영익씨는 "정말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이 국민의 혈세로 꼬박꼬박 세비를 받는데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며 "17대 국회의원 당신들은 결코 대한민국의 대표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한국외대 이정희 교수는 "올해 한국정치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계기는 많았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기대를 무너뜨려 너무 실망스럽다"며 "4대 법안 문제는진보와 보수를 떠나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안돼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상생의 희망' 보여주고 마무리하길= 국민과 네티즌은 마지막 날 정치권이 막판 대타협을 이루는 일말의 희망을 보면서 2005년 새해를 맞이하기를 무엇보다 바라고 있다. 17대 국회는 진보정당이 10석을 차지하고 있고 초선의원이 3분의 2가 넘는 만큼한국정치의 재탄생에 대한 기대가 아직도 식지 않기 때문이다. 경실련의 박병옥 사무총장은 "정치권은 자기 입장에서만 일을 처리하는 일방통행식 태도를 버리고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해야 한다"며 "내년에는 저차원의 헤게모니 싸움보다는 대안을 갖고 논쟁을 벌여 합의를 내는 생산적인 정치를 기대한다"고말했다. ID가 `luke06'인 네티즌은 "희망이 생기다가도 없어지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국민을 위한 국회로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건넸다.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정해구 교수는 "신인 정치인이 많아 기대가 높았는데 이들이 공정한 정책대결을 하지 않고 정쟁에 앞장섰다"며 "내년에는 초선의원들이 정책경쟁으로 국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줘야 할 책임을 져야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양정우 기자 hskang@yonhapnews ejlov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