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해고가 조금만 쉬워지면 많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될 수 있는 만큼 확고한 직업 안정성을 확보한 쪽에서 양보해야 한다"며 노동계 스스로 고용 경직성을 완화하는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한 것은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발언이다. 실업이 늘고 비정규직이 급격히 증가하는 최근 고용시장의 문제점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정확히 설명해주는 지적이 아닌가 싶다. 정규직 근로자들의 과보호에 따른 부작용은 사실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경영사정이 아무리 나빠지든,노조가 아무리 강경투쟁을 일삼든 쉽사리 해고할 수 없는 기업들로서는 뾰족한 대응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임금수준이 이미 선진국에 육박하는 대기업들의 경우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고용 유연성이 보장되는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는 외에 별다른 대응수단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증하고 정규직은 오히려 감소하는 최근 노동시장 동향이 이런 사정을 단적으로 입증한다. 지난 2년동안 비정규직은 1백60만명 증가했지만 정규직 근로자는 65만명이나 줄었다. 노조조직화율이 11%에 그칠 정도로 소수에 불과한 '기득권' 근로자들의 철밥통 지키기 때문에 다수의 소외된 근로자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고용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규직 근로자들의 양보다. 일단 취업만 하면 적당히 지내도 정년까지 보장되는 과보호 구조를 해소해 기업들이 인력운용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줘야 한다. 지나치게 높은 임금을 과감히 동결 또는 삭감함으로써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재원도 늘려야 한다. 그래야만 비정규직은 물론 정규직 일자리까지 함께 늘어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이번 언급이 앞으로 노사관계의 새로운 관계정립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